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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내 이야기 책 쓰면서 ‘사라진’ 나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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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길동 11시’ 공동저자 이새미씨

부천시 ‘일인일저 책 쓰기’ 수강 통해

“책 쓰기 교육, 새 꿈 꿀 기회 제공”

수강생 949명 글 선별해 책 53권 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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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미라는 사람이 없어진 기분이었는데, 책 쓰기를 통해 나를 찾게 됐어요.”

경기 부천시의 ‘일인일저(一人一著)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새미(35)씨는 최근 <옥길동 11시>라는 제목의 책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네살배기 딸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에서 ‘시민작가’로 등단한 것이다. 지병으로 연애에 소극적이던 그가 욜로(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족인 남편과 만나 사랑을 키우게 된 이야기가 담겼다.

10년 동안 패션디자이너로 경력을 쌓던 이씨는 결혼과 함께 ‘독박 육아’에 시달렸다. 그러다 우연히 아파트단지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육아 스트레스에 남편에게 짜증이 심했는데, 프로그램에서 진솔한 마음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니까 가슴에 쌓였던 응어리가 한꺼번에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부담스럽던 글쓰기가 힐링의 시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24일 전화로 만난 이씨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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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 작가들은 224쪽 분량의 책에서 저마다의 가족이야기를 글로 풀며 지난 삶을 돌아봤다. 육아에 전념하느라 경력 단절을 겪은 공통점이 이들에게 위안이 됐다.

이씨는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수강생 모두 독서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5명은 책 쓰기 지도자 양성 과정도 신청했다. 책 쓰기 프로그램이 새로운 꿈을 꿀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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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이씨가 수강한 옥길동 제일풍경채 도서관 등 9개 기관에서 11개의 책 쓰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수강생 949명의 글을 선별해 모두 53권의 책을 최근 발간했다. 23일엔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사업의 하나로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책 쓰기 지도자 양성 과정을 수료한 18명을 각 기관에 강사로 파견했다. 시 관계자는 “책 쓰기를 통해 부천시민의 삶이 치유되고, 능동적 삶의 주체로 설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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