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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국민연금 외부 전문가들의 반란…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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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자책임위원들 다수, 경영참여 형태 주주권 행사 반대

청와대, 대기업ㆍ대주주 탈법 거론… 기금위 내주 결정 고민
한국일보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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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가 폭행ㆍ탈세ㆍ밀수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려던 국민연금이 돌발변수에 고민에 빠졌다.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책임위)가 23일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한 결과 다수가‘경영참여’형태의 주주권행사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7명, 한진칼의 경우 5명이 반대 편에 섰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적극적으로 주주권행사를 하려던 국민연금 기금운영위는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민연금 측은 이를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금위는 수탁자책임위가 제출한 찬반 의견을 바탕으로 다음주에 주주권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이사 연임 반대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가 쟁점이다. 이사 연임 반대는 기존에도 해오던 의결권 행사여서 부담이 적다. 그러나 최대 관심사인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결정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다. 수탁자책임위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입을 손해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68%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참여 시 자본시장법상 10%룰을 적용 받는다. 이 법에 따라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해임 △정관 개정 등을 주주제안하려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꿔야 한다. 이 경우 그로부터 6개월 안에 얻은 단기 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분 7.34%를 보유한 한진칼에 대해서 경영참여를 하는 경우에도 5%룰을 적용 받는다. 이 때는 1% 이상 지분 변동을 공시해야 해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

수탁자책임위 역시 이 문제를 놓고 격렬한 찬반 논쟁을 벌였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여도 이사해임 등의 주주제안이 국민연금 뜻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인 반면, 연금이 입을 손실은 분명하다는 것이 주주권 행사 반대 측 논리였다. 한 수탁자책임위원은 “반대 측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공단 측도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부각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온 이찬진 기금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수탁자책임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경영상 책임 있는 이사 해임안건 등 주주제안을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로 보지 않는 예외조항이 있다””면서 “이러한 방식의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지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금위가 맨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에 ‘중립’성향으로 알려졌던 기금위원들의 선택도 주목된다. 16일 기금위 회의에서 주주권행사 여부를 검토하는데 찬성했던 기금위원이라도 ‘경영참여’에 대해 찬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반대 측에 섰던 한 기금위원은 “농협·수협중앙회 측 위원들은 일단 수탁자책임위에 넘겨서 사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수탁자책임위 결정 이후) 판단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이날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의 전제조건으로 “대기업ㆍ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을 거론했다. 청와대의 입장이 대한항공과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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