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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인공강우, 왜 현대판 '인디언 기우제'라고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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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효과, 확인된 사례 없어
비구름 이미 있는 상태에서 강수확률만 증대... 건조하면 불가능
실제 비에 기여한 정도 판별 불가능... 현대판 '기우제'에 불과하단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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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용 비행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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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기성청과 환경부과 함께 25일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고 밝히면서 인공강우의 저감 효과가 얼마나 될지에 대해 기대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5일 서해 하늘에 구름층이 두껍게 형성돼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 유리한 환경이 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인공강우의 효과는 확실한 데이터가 축적될 정도로 입증되진 않은 상황이고, 겨울철 대기가 건조한 한반도에서 매우 적은 양의 비만 만들 것으로 예상돼 단순한 '기우제'로 끝나고 말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22일 회의를 열고 25일 환경부와 함께 25일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할 것이라 밝혔다. 실험은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이 실시할 예정이다. 인공강우는 비행기 내에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등 대기 중 수증기들이 달라붙어 물방울의 씨가 될 응결핵을 구름 안에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기상청에 의하면 25일 서해상에 두터운 구름층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돼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 유리한 환경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발생할 정도의 많은 양의 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인공강우 실험은 2010년대 이후 계속 진행돼왔고 지난 2017년에는 경기도 수원과 충청 일대에서 기상과학원이 9차례에 걸쳐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만든 비의 양이 너무 적어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인공강우로 만들어냈던 비의 양은 0.8밀리미터(mm) 정도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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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인공강우를 위한 응결핵 물질을 넣은 포탄을 하늘에 쏘아올리는 모습. 가뭄이나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중국정부와 각 지방정부들이 인공강우를 자주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강우량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정확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중국 인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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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중국, 이스라엘 같이 인공강우 기술 강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에서도 아직까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나타낼 정도로 많은 비를 내리게 했던 기록은 없다.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갈 정도의 비를 내리려면 최소 시간당 10mm 이상의 비를 2시간 이상 내리게 해야하며, 이는 여름철 소나기 구름 정도의 비구름을 해당 지역에 만들 수 있어야하지만, 국내는 물론 인공강우 기술 강국들도 그 정도의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인공강우 실시 지역에 큰 비를 내릴만한 구름이 없으면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직까지 확실한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인공강우 기술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판 '인디언 기우제'라 비판하기도 한다.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중 하나였던 호피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 지내 결국 기우제의 효험으로 비가 온 것처럼 믿음을 만들어냈다고 알려져있다. 이후 특별한 과학적 효과에 대한 입증 없이 해당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행하는 일들을 두고 흔히 '인디언 기우제'라고 부르게 됐다. 인공강우 역시 현재까지는 비구름을 직접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은 아니기 때문에 강수에 대한 기여도도 정확히 알려져있진 않다.

인공강우 기술은 비구름이 이미 형성된 상태에서 응결핵을 추가시켜 강수확률을 4~20% 정도 높이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맑은 하늘에 갑자기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까지 알려져있지 않다. 대기 중 수분이 부족할 때, 인공강우 물질이 투하되면 오히려 대기 중 물방울의 숫자만 늘어나고 개별 물방울의 크기는 줄여 비의 양을 오히려 적게 한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겨울철 매우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한반도 지역에서는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번 인공강우 실험도 실제 미세먼지 저감 실효성보다는 데이터 축적과 연구에 더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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