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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아시안컵] 웅크리면 뚫지 못하고 달려들면 당황…'우리 축구',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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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카타르와의 경기를 앞둔 23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와슬 축구 아카데미에서 열린 회복 훈련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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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과거 한국 축구는 아시아의 맹주로 통했다.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수준이었다. 아시아에서는 그랬다. 한국과 만나는 대개의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든 비기기라도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객관적 열세를 인정하고 임했다. 망신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소극적 자세도 있었다.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과 싸우는 한국의 가장 큰 고민은 소위 '밀집수비', '침대축구' 등 무작정 걸어 잠그는 상대를 어떻게 뚫어낼 수 있을까에 맞춰졌다. 이런 고민은 아직 유효하다. 하지만 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닌 분위기다. 어지간한 축구 수준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경험해보지 못한 밀집수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난해 8월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 호주 등 한국보다 강한 상대들과 주로 평가전을 치렀기에 웅크리고 내려앉을 상대에 대한 타책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일종의 조언이었다.

대표팀 내부적으로도 충고가 들어갔다. 대회를 앞두고 한 대표팀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내부 회의에서 벤투 감독과 그런 내용을 공유했다. 아마 6백, 7백도 각오해야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벤투의 복안은 2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어떤 상대든 존중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팀과 만나도 '우리 축구'를 유지한다는 게 기본방침이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는 모양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웅크리고 앉아있던 팀도 쉽사리 요리하지 못했고, 거침없이 달려들던 팀들을 만나면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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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19.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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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 그리고 키르기스스탄과의 2차전은 예상대로 수비에 방점을 찍은 이들과 싸워야했다. 기본적으로 수비 숫자를 많이 둔 이들의 밀집수비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던 한국은 두 경기 모두 1-0으로 힘겹게 이겼다. 2차전 결승골은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김민재의 헤딩골이었으니 결과적으로 밀집수비 해법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이후로는 양상이 바뀌었다. 3차전에서 만난 중국은 필리핀이나 키르기스스탄처럼 가드를 올리지는 않았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중국은 한국전에서 나름 정상적으로 스타일을 바꿨다. 일단 중국전은 나쁘지 않았다. 손흥민이 가세한 영향이 적잖았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오는 팀을 상대로 한국은 이전 2경기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이며 2-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레바논과의 16강은 달랐다.

떨어지면 곧바로 대회를 마쳐야하는 외나무다리 승부임에도 바레인은 시작부터 과감하게 달려들었다. 중국전이 그랬듯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으나 생각보다 더 강한 압박에 선수들이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부정확한 패스가 남발되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축구와는 동떨어진 양상으로 진행됐고, 이런 과정 속에서 연장전까지 치르는 소모전이 됐다.

앞서 잠시 소개했듯 이번 대회에서 벤투 감독이 가장 강조했던 것이 '우리 축구'였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형태로 나오든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를 잘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팀이 발전하는 궁극의 길이라는 지론이었다. 하지만 막으면 뚫지 못해서, 달려들면 당황에서 바라는 수준의 '우리 축구'는 나오지 않았다.

대표팀은 오는 25일 중동의 복병 카타르와 8강전을 치른다. 만만치 않은 전력의 팀이니 맞불을 놓는 시나리오도 생각을 해야 하고, 중동 특유의 지저분한 수비와 침대축구도 염두에 둬야하니 계산이 복잡다. 반면 우리 상황은 쉽지 않다. 중도하차한 기성용을 비롯해 부상자들이 많아 요소요소 쓰고 싶은 카드를 제대로 활용치 못하고 있는 벤투 감독이다. 16강에서 에이스 손흥민의 컨디션이 다소 좋지 않았던 것도 우려스럽다.

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결국 우승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타르를 넘고 카타르보다 더 강한 상대들을 두 번 더 이겨야한다. 전체적으로 강자들이 대부분 살아남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쉽지 않은 과정이 될 전망이다. 어떻게든, '우리 축구'를 되찾아야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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