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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프로야구 FA 시장 '역대급 한파'...무더기 미아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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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자유계약선수(FA) 박경수가 원소속팀인 kt wiz와 긴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합의점을 찾았다. kt는 21일 FA 내야수 박경수와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8억원, 총연봉 12억원, 인센티브 최대 6억원을 포함한 총액 2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kt wiz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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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1999년부터 국내 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된 이래 올해처럼 분위기가 싸늘했던 적은 없다. 예년보다 대어급은 많지 않아도 각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시장에 쏟아졌다.

하지만 FA 시장이 열린 지 2달이 지났는데 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6명뿐이다. 그나마 ‘빅3’로 평가되는 양의지(NC·4년 125억원), 최정(SK·6년 106억원), 이재원(SK·4년 69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총액 20억원대에 사인했다. 1호 계약자 모창민은 NC와 3년 최대 20억원, 최고령 계약자 박용택은 LG와 2년 25억원에 각각 계약했다. kt wiz 주장 박경수도 3년 최대 2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 3명 계약도 자세히 살펴보면 성적에 따른 옵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제 받을 돈은 훨씬 줄어든다.

나머지 9명은 여전히 미계약 상태다. 송광민, 이용규, 최진행(이상 한화), 김민성, 이보근(이상 키움), 김상수 윤성환(이상 삼성), 노경은(롯데), 금민철(kt) 등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예년 같으면 연 평균 10억원 이상의 대형계약이 충분히 가능한 선수들이다. 실제로 윤성환(2014년 4년 80억원), 이용규(2013년 4년 67억원) 등은 이미 FA 대박을 경험한 바 있다.

올해는 구단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 침체로 구단 모기업들이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프런트 중심의 야구로 흐름이 바뀌면서 외부 영입 대신 내부 육성에 더 중점을 두는 점도 바뀐 풍경이다. ‘FA 몸값 거품론’ 우려도 시장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일부에선 지난해부터 도입된 에이전트 제도가 오히려 FA 계약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과거에는 선수와 구단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다.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협상을 벌일 수 있었다”며 “지금은 중간에 에이전트가 끼면서 오히려 협상이 더 어렵게 됐다. 에이전트는 중간에서 선수와 구단의 입장만 전달할 뿐이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계약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구단에 유리해진다. 당장 이번 달 30일부터 각 구단은 해외전지훈련에 돌입한다. 전지훈련이 시작되면 협상은 더욱 어렵게 된다. 남은 시간은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대규모의 FA 미아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FA 제도 도입이래 FA를 선언했다가 계약을 맺지 못하고 그대로 은퇴한 선수는 2007년 투수 노장진·차명주, 2011년 투수 최영필·포수 이도형, 2018년 외야수 이우민 등 총 5명이다.

구단 입장이 완강한 가운데 남은 FA 자격 선수들이 ‘미아’ 신세를 피할 수 있는 희망은 ‘옵션’이다. 박경수의 경우 계약 총액 최대 26억원 가운데 옵션이 6억원이나 된다. kt와 박경수도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옵션 규모를 늘리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선수 입장에선 싸늘해진 FA 시장 환경이 야속하기만 하다. 예전과 태도가 달라진 구단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FA 계약은 비즈니스다. 시장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달라진 환경에 선수들도 적응해야 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선수들이 조금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높은 보장액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잘한만큼 받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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