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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를 믿어요"…베트남, 일본전에 '길거리 응원' 부활한다[현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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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아시안컵 일본과 8강전을 앞두고 베트남에 길거리 응원이 부활한다. 사진은 지난달 스즈키컵 당시 호치민의 길거리 응원 현장. 호치민 | 베한타임즈 하성수



[호치민=스포츠서울 정진구통신원]베트남 교민 김모씨 가족은 지난 20일 베트남과 요르단의 아시안컵 16강전이 열린 20일, 베트남 최대도시 호치민시의 한 스포츠바를 찾았다. 승부차기 끝에 베트남이 극적으로 승리한 뒤 옆 테이블에 있던 베트남 일행이 김씨 가족에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김씨가 그렇다고 하자 그들은 고맙다며 맥주를 사겠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은 서툰 한국말로 “박항서 사랑해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씨는 “박항서 감독님 덕분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사는 한국 교민이라면 이런 유쾌한 경험을 한두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요즘 베트남에 사는 교민이나 주재원들은 어디를 가나 ‘한국인’이라고 자랑스레 말하고 다닐 정도다. 스즈키컵 우승 후 베트남의 한 가죽 잡화점이 한국인에게 공짜 이벤트를 열기도 했지만, 그밖에도 수많은 상점 혹은 식당이 한인들에게 할인 행사를 열었다. 세계 어디에도 한인들이 이런 특권을 누리는 나라는 없다.

◇‘박항서 효과’ 베트남에 부는 축구 한류

‘박항서 매직’의 시작이었던 지난 해 23세 이하(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당시만해도 박 감독에 대한 이런 열광적인 반응이 오래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스즈키컵에 이어 이번 아시안컵에까지 성과를 내자 이제는 ‘박항서 매직’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난 20년간 거의 1년마다 감독이 바뀌었던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사에 이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베트남 축구팬 응우옌득러이씨는 사견임을 전제로 “박항서 감독이 향후 올림픽이나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고 좋은 결과를 낸다면 종신 감독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항서 효과는 베트남 축구계 전반에 한류로 퍼지고 있다. 당장 한국인 지도자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박항서 감독과 2002년 대표팀에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감독은 얼마 전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1 소속의 호치민시티FC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정 감독과 더불어 김태민 코치와 한상혁 코치도 합류했다. 지난 해까지 정해성 감독이 총감독으로 몸담았던 호앙안지아라이 구단은 또 다른 한국인 지도자인 이태훈 감독을 기술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들이 성과를 낸다면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지도자들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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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일본과 8강전을 앞두고 베트남에 길거리 응원이 부활한다. 사진은 지난달 스즈키컵 당시 호치민의 길거리 응원 현장. 호치민 | 베한타임즈 하성수



◇일본과의 8강전은 ‘과거와의 대결’

베트남의 8강 상대가 일본으로 정해지면서 베트남 축구팬들은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호치민시에 거주하는 축구팬 드엉흐우타이씨는 “베트남 축구가 늘 배우고 싶어했던 대상이 일본”이라며 “이제는 동등한 입장에서 붙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항서 감독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다. 최근들어 한국의 대 베트남 투자가 급증했지만 일본은 그 이전부터 베트남의 사회 인프라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인연이 더 깊다. 실제 베트남인들이 한국보다 일본을 더 가깝게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 교류 역시 일본이 더 먼저였다.

박항서 감독 이전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도 일본인 미우라 도시야 감독이 쥐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패스와 점유율 축구는 당시 베트남이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일본식 축구는 베트남에게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했다.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감독 부임 후 큰 변화가 있었다. 베트남 축구는 안정적인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 그리고 강력한 투지를 앞세워 기적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일본식 축구 스타일을 빠르게 벗고 있다. 일본과의 아시안컵 8강전은 베트남에게 과거와의 대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시 부활하는 대규모 길거리 응원

사실 베트남에서 이번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조별리그 당시만해도 스즈키컵 때만큼의 관심이나 대규모 응원전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하고 급기야 8강까지 오르자 분위기는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베트남의 2대 도시인 하노이시와 호치민시의 대규모 길거리 응원전도 부활한다. 대표적 응원메카인 하노이시 미딩종합운동장과 항다이 경기장, 그리고 호치민시의 응우옌후에 보행자거리와 탕니엔 청년문화회관에서도 대규모 응원전이 준비 중이다. 이밖에 지난 스즈키컵 당시 1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모였던 후에시 후에산업대학, 응헤안성의 호치민스퀘어 등 지방 도시에서도 ‘베트남 꼬레(베트남 파이팅)’ 함성이 울려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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