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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F] 하늘 위 기구·위성이 광케이블 역할… '우주 인터넷'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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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의 통신업체인 텔콤 케냐는 올 상반기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과 함께 처음으로 기구(氣球)를 이용한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구 저궤도에서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소형 위성들이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 광케이블을 이용한 인터넷·통신 서비스가 하늘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이를 통해 지구 절반의 인구가 새로 인터넷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성층권 따라 움직이는 氣球 통신망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은 그동안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한 기구 통신 '룬(Loon)'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화한다. 룬의 원리는 이렇다. 기구들을 지구 상공 20㎞의 성층권에 띄운다. 이곳은 비교적 바람이 약해 기구를 조종하기가 쉽다. 기구들은 기류를 타고 지구를 선회한다. 지상국에서 신호가 오면 릴레이하듯 옆에 있는 기구들로 신호를 전달한다. 최종적으로 목표 지역 상공에 있는 기구가 지상으로 신호를 보낸다. 성층권에 도열한 기구들이 광케이블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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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의 방향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성층권에는 아래위에 흐르는 바람이 반대 방향이다. 구글은 기구의 부력을 조절해 원하는 방향의 바람을 타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테면 버스를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것과 같다. 기구는 이중(二重) 구조이다. 안쪽 기구를 팽창시키면 바깥쪽 기구의 헬륨이 압박되고 이로 인해 부력이 줄어든다. 자연 기구는 하강한다. 반대로 하면 상승한다.

구글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기구 7대로 약 1000㎞에 이르는 지역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텔콤 케냐는 올 상반기 첫 기구 통신 시험에 성공하면 지방의 수백만 가입자들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지구 저궤도에 만든 위성 인터넷 그물

스페이스X는 소형 인공위성들로 데이터 통신용 그물을 만드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무게 400㎏의 시험 위성 2대를 발사했으나 목표 고도인 1125㎞ 상공 저궤도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스페이스X는 올해 중반 재도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다수의 소형 위성들을 저궤도에 띄우겠다고 밝혔다.

스타링크의 원리는 구글의 룬과 흡사하다. 무대가 성층권에서 우주로 바뀌었고 서비스 지역이 지구 전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지상 기지국에서 보낸 라디오파를 위성이 수신한다. 위성은 주변의 위성 다섯 대와 레이저로 통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하는 지역 상공의 위성까지 정보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최종 주자인 위성이 바로 아래 지상으로 정보를 보낸다.

스페이스X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지구 저궤도에 1만1943대의 소형 위성을 초고속 인터넷용으로 발사할 수 있게 허가를 받았다. 스페이스X는 2020년대 중반까지 위성 발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신생 벤처) 스웜 테크놀로지스도 올해 통신위원회에 통신용 초소형 위성 발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스페이스X의 위성보다 무게가 1000분의 1인 초소형 위성 '스페이스비'로 원격 진료나 농작물 관리 등에 필요한 사물인터넷 통신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스웜은 지난해 1월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위성 발사를 강행해 9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통신위원회는 스페이스비 위성이 워낙 작아 지상 추적이 어렵다고 발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번에 지상에서 추적이 쉽도록 레이더 반사 장치와 위성 항법(GSP) 칩을 추가했다. 정부 허가가 나오면 올 3월 150대의 스페이스비를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업계도 우주 인터넷 혜택 볼 듯

구글과 스페이스X는 기구와 위성들로 통신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서 수억명의 신규 인터넷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초기 투자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처음엔 인터넷이나 통신 서비스를 거의 무료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은 이들이 나중에 유료 앱(응용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사용하면서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도 우주 인터넷의 시장성이 밝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통신 위성은 지구 상공 3만6000㎞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워낙 높은 곳에 있어 한 대가 지구의 3분의 1에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 있다 보니 0.25초 이상 통신 지연이 발생한다. 스페이스X의 지구 저궤도 위성은 그런 문제가 없다. 또 우주에서 데이터를 보내면 지상의 광케이블보다 더 빨리 간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컴퓨터공학과의 마크 핸들리 교수는 "스페이스X의 우주 인터넷은 지상보다 두 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수천분의 1초 단위로 거래를 하는 미국과 영국의 금융권이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우주 인터넷이 성공하려면 위성이나 기구 간 통신의 정확도를 높이고 지상에서 이동 중인 위성이나 기구와 끊어지지 않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고 본다. 위성이나 기구 자체의 내구성과 조종 정밀도도 확보해야 한다. 미국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은 보잉737 크기의 날개를 가진 드론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하려고 했지만 시험 과정에서 잇따라 추락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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