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코언이 낡은 교도소 택한 까닭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스캔들 관련 징역형

부모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조선일보

작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사진〉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후보와 성관계를 한 여성 두 명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지급하고, 의회 위증을 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코언은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감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일명 '리조트'라고 불리는 몇몇 시설 좋은 교도소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언이 고른 곳은 뉴욕 맨해튼에서 북서쪽으로 120㎞ 떨어진, 낙후된 '오티스빌 연방 교도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 시각) 코언이 시설 좋은 교도소 대신 낡은 오티스빌 교도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유대인들에게 최적화된 곳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코언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인 부모 밑에서 유대교 교육을 받고 자랐다. 2012년 아들의 '바르 미츠바(유대교에서 행하는 소년 성인식)'에 트럼프를 초대한 적도 있다.

NYT에 따르면, 오티스빌 교도소는 유대인 범죄자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 교도소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식재료를 조리한 '코셔 음식'을 제공한다. 교도소 안에 설치된 유대교 예배당에선 매일 유대교 예배가 이뤄지고, '샤밧(유대교 안식일)'도 철저히 지킨다. 수감자들에겐 유대교 율법서인 '토라'가 지급될뿐더러, '미크바(유대교 명절 전에 치르는 목욕 의식)'를 할 수 있도록 버스가 수감자들을 태우고 인근 미크바 전용 목욕탕으로 이동 서비스도 해 준다.

약 120명의 수감자는 거의 유대인인데, 이 가운데 랍비(유대교 사제)도 포함돼 있어 교도소 내에선 자연스럽게 유대교 토론 강좌도 이뤄진다. 이곳에서 복역한 로렌스 드레슬러(52)는 "수감 기간 동안 '탈무드'를 속속들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티스빌 연방 교도소는 수감자도 '골라서' 받는다. 대개가 의사·변호사·금융인 등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다. 수감자 면면도 화려하다. 부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 뉴욕주 하원의원 셸던 실버, 기업가 월터 포브스 등이 복역했다. 그러나 '화이트칼라 유대인'이라는 조건에 충족되더라도 형량이 10년을 넘으면 이 교도소에 수감될 수 없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