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1만원 4캔 수입맥주가 국산맥주 다 잡아먹나, 진실은…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입가 낮춰 세금 덜 내고 큰 마진?

고가 제품은 값 비례해 세금 더 내

최근 편의점 마트에서 1만원에 4~6개를 묶어 파는 수입 맥주를 즐기는 소비층이 늘었다. 국산 맥주 천하이던 시장에서 수입 맥주 존재감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국내 맥주 회사들 “국산 맥주 역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관세청이 수입맥주인 하이네켄의 원가 조작 여부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계속된다. 수입맥주의 득세는 국산맥주에 불리한 세금 체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술의 가격이 아닌 용량과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주장한다. 정말 국산맥주 차별 받고 있을까.

◆고가 맥주는 불리=국산 맥주 역차별 논리는 이렇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맥주에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맥주 출고가에 맥주의 주세율인 72%를 적용하게 된다. 교육세는 주세액에서 30%를 적용하고 공장출고가와 주세, 교육세를 모두 더한 금액의 10%가 부가가치세가 된다. 맥주 공장 출고 가격이 1000원이면 주세는 720원, 교육세 216원, 부가가치세 194원이 더해져 2130원이 된다.

수입 맥주에도 수입신고가격에 국산맥주와 동률의 세금이 부과된다. 자유무역협장(FTA) 체결 여부 등에 따라 관세는 0~30%다. 수입 맥주는 신고가가 유일한 정보인 것을 이용해 가격을 낮춰 세금을 적게 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문제가 된 하이네켄 맥주의 신고가를 500㎖ 캔 제품 기준으로 대략 500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출고가는 국산맥주의 반값인 1065원이 된다.

국내 맥주 제조사 관계자는 “수입가를 최대한 낮춰 세금은 덜 내고 유통과정에서 1500~2000원에 달하는 마진을 볼 수 있어 남는 것이 더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중간 단계에서 발생한 이익은 주주 배당, 이익 본국 환수, 탈세 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수입 맥주의 원가가 이렇게 낮은 것은 아니다. 수입 맥주 중에서도 고가 제품은 가격에 비례한 세금을 낸다. 국산 맥주에 불리하다기 보다는 비싼 재료를 쓰는 제품이 세금을 더 많이 낸다.

◆종량세가 해법인가=종량세로 세금을 매기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1969년 종가세로 확립된 주세를 개편하자는 논의는 몇 년간 진행됐다. 지난해 술 용량과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하는 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4.3도의 맥주는 1L당 835원 선이 논의되고 있다. OB맥주 관계자는 “국산 맥주 생산이 불리하다 보니 예전엔 국내에서 생산하는 버드와이저나 호가든 중 캔은 수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종량세로 개편되면 이런 제품 생산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쩍 증가한 수제맥주 업계도 종량세를 지지하고 있다. 수제 맥주는 비싼 원료를 쓰고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 단가를 내리기에 한계가 있다. 이들은 종량세를 도입하면 세금 부담을 던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김진만 과장은 “종량세로 하면 수제맥주도 공평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그렇게 되면 수제맥주도 1만원에 4캔이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세 개편을 맥주만 놓고 논의하는 데에 대한 반발도 크다. 도수가 높을수록 세금이 많아지면 소주와 전통주와 같은 주종의 세금이 오른다는 것이다. 맥주 업계는 “시급한 맥주만이라도 세금 개편을 하자”는 입장이지만 반대 목소리도 팽팽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