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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체육계 ‘성폭력’ 전수조사… 쏟아지는 대책에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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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자체 전수조사는 없던일로

-여가부 밝힌 학생선수 6만3000명 전수조사도 사실상 무산

-인권위는 전수조사 아닌 ‘표본 조사’ 진행하기로

헤럴드경제

[사진=체육계 성폭력 사태를 불러온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체육계 성폭력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전수조사’를 두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사태를 근절한다며 조사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그 주체와 규모가 명확치 않다. 결국 체육계 성폭력 실태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 단독으로 진행하기로 했으며, 실태조사도 전수조사가 아닌, 선수 일부만 추출해 조사하는 ‘표본 조사’로 진행된다.

지난 9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체육단체 비위’를 전수조사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중심이 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전수조사를 문체부 자체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성폭력ㆍ조직 사유화ㆍ횡령 및 배임ㆍ승부조작ㆍ편파판정 등 체육단체 운영에서 발생하는 ‘스포츠 4대악’을 집중 점검한다는 조사단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8일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문체부, 교육부, 여가부 합동 브리핑 자리에서 경기 단체에 등록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해 학생 선수 6만3000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23일 현재 문체부와 여가부의 조사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우선 문체부가 꾸리기로 한 외부 전문가 중심의 조사위원회는 안만들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하는 실태조사는 인권위 단독으로 하기로 했다”며 문체부 자체 조사위는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무회의에 참석한 여가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문체부가 당초 밝혔던 민간조사위원회는 조사권한 등이 없어 안하기로 했다“며 “실태조사는 인권위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간 실무회의 끝에 인권위가 체육계 성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학생선수에 대한 전수 조사도 사실상 무산됐다.

인권위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등록선수 약 13만명 중 일부를 뽑아 조사하는 표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수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는 실효성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가부는 인권위가 23일 오전까지도 인권위가 학생선수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날 상황 파악후 다시 연락해와 “실태조사는 인권위가 도맡기로 했다. 인권위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로 진행을 한다고 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를 인권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을 두고도 부처간 온도차가 있다. 인권위와 여가부는 문체부가 인권위에 실태조사를 요청했다고 보고 있지만, 문체부는 성폭력 실태조사는 인권위의 업무며 인권위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성폭력 실태조사는 원래 인권위의 일이라는 문체부의 말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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