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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검찰과거사위 "'삼례 나라슈퍼' 수사 부적절…'사형' 위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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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과정서도 인권침해"…피의자 인권보호 제도개선 권고

"무고한 시민 기소한 검찰청·검사에 진범 사건 다시 맡긴 것 부적절"

연합뉴스

'삼례 3인조' 누명을 썼다가 무죄 판결 후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에서 검찰의 수사 미진과 부적절한 사건처리가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위원회는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으나, 조사를 마친 대다수 다른 과거사 사건들과는 달리 피해자에 대한 검찰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판단까지는 내리지 않았다.

위원회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 관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심의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이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던 최 모씨 등 이른바 '삼례 3인조'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검은 삼례 3인조를 그대로 재판에 넘겼고,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6년이 확정됐다. 당시 삼례 3인조를 기소한 최모 검사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해 11월 부산지검은 또 다른 용의자 3명을 진범으로 지목해 전주지검으로 이송했지만, 전주지검은 "피의자들이 자백을 번복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때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사도 최 전 검사였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진범 중 한 명인 이모 씨가 2015년 "나를 비롯한 3명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곧바로 삼례 3인조가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재판을 거쳐 2016년 11월 무죄를 확정했다.

억울한 처벌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인정되면서 1999년의 검찰 수사를 놓고 부실·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심의결과에서 "삼례 3인의 경찰 수사과정에서 폭행 등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이 이뤄졌고, 검찰 수사단계에서도 '사형', '무기징역'을 언급하는 등 고압적인 언사나 무거운 분위기가 있었다"며 "경찰 단계에서 형성된 심리적 억압상태가 지속돼 허위자백을 유지하게 된 원인을 제공하는 등 수사과정에 인권침해 행위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주요 참고인을 조사하지 않은 점이나 주요한 단서였던 경상도 말씨 사용 여부를 대조하지 않은 점, 삼례 3인의 지적 능력을 간과한 점 역시 수사 미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부산지검이 진범을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삼례 3인을 기소했던 전주지검으로 이송한 게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송 배경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는 규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전주지검이 이송된 사건을 최 전 검사에게 다시 배당한 사실이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사건처리의 공정성, 중립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한 원처분 검사에게 내사사건을 배당한 것은 종전 수사결과를 그대로 유지해도 무방하다는 미필적 인식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삼례 3인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 수사단계에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 장애인 조사 과정에 대한 필수적인 영상녹화제도 마련 ▲ 검사 및 수사기관의 기피·회피 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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