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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MT리포트] 미투 1년... "이것도 미투냐?" 2차 가해는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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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김종훈 기자, 백지수 기자, 한지연 기자, 안채원 인턴기자, 황시영 기자, 강미선 기자] [편집자주]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월 29일 안태근 전 검사장을 지목하며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에 나선지 약 1년만인 23일 이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지난 1년 변한 것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을 짚어봤다.

[미투 그 후 1년] (종합)]


"피해자가 당당한 사회 만들어야"

[미투 그후 1년]①서지현 검사 시작으로 체육계까지…한국 사회 고질적 병폐 드러내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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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이번엔 체육계다.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법조계에서 출발한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거쳐 체육계에 도달했다. 법조계와 문화예술계, 체육계 모두 폐쇄성과 제식구 감싸기 등 비슷한 특징을 보여온 것을 생각하면 곯았던 상처가 드디어 터진 셈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22)가 물꼬를 텄다. 그동안 속앓이만 하던 피해자도 하나둘 용기를 냈다. 유도선수 출신 신유용씨(24)가 상습적인 성폭력 피해를 고발했고 이름을 밝히지 못한 이들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체육계 미투는 쉽사리 사그라들지않을 전망이다.

2018년 1월29일. 서지현 검사가 '미투'를 외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문화예술계와 대학가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의 피해자가 그 뒤를 이었다. 시민들은 더이상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드 유'로 응답했다. 당당하게 피해를 고발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경직된 조직 문화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그동안 피해자는 성폭력이 본인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에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 어려웠다"며 "미투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성폭력은 가해자의 잘못이라는 인식도 차츰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투가 마냥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미투가 활발해지면서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들도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를 질타하는 삐딱한 시선과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언행으로 인한 2차 가해도 적지 않았다.

최근 잇따르는 체육계 미투는 우리 사회 미투의 종합판이다. 가해자는 도망갈 곳 없는 선수 처지와 학연·지연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카르텔(담합)을 치밀하게 악용했다.

피해 사실이 공개된 후에는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음해론을 내놨다.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던 협회와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1주년을 맞은 미투 운동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년간 미투 운동의 동력을 저해해온 남녀 성대결 구도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를 고민, 피해자가 당당할 수 있는 사회로 나갈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왜 이제 이야기하느냐' '인사 문제 때문 아니냐'는 식으로 지적하며 의도를 불순하게 보는 시각 때문에 그동안 피해가 드러나지 못한 것"이라며 "처벌뿐 아니라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혜 교수는 "대다수 피해자가 여성인 상황에서 왜 여성들이 이런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지 공감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지금과 반대로 피해자는 당당하고 오히려 가해자가 위축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빅데이터로 본 '미투 1년'…김생민이 최다 검색?

[미투 그후 1년]②지난 1년 뉴스 키워드, 포털 검색 추이 분석…"미투 계속돼야"

머니투데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지난해 1월29일부터 올해 1월22일까지 '미투'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성추행, 가해자 등 단순 행위와 대상을 지칭하는 내용은 제외했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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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Me Too·나도 고발한다)의 1년은 변화무쌍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출발한 미투 운동은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됐다.

긴 무명생활을 끝낸 방송인부터 유력 대권주자까지 사회 전반에서 '미투' 피해사례 폭로가 나왔다. 언론보도뿐만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전파도 이번 미투 운동 1년의 특징이다.

22일 머니투데이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로 지난해 1월29일부터 1년간 미투 운동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투 연관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문화예술계'(언급량 가중치 62.42)였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씨를 비롯해 배우 고(故) 조민기씨, 배우 조재현씨 등 많은 성폭력 폭로가 이뤄진 분야였다.

실제 서 검사의 최초 고백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로 옮겨 폭발력을 얻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트렌드에서 '미투' 키워드 검색량은 '이윤택 성추행 폭로'가 나온 뒤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문화예술계에서 추진력을 얻은 미투는 정치권으로 번졌다. 지난해 3월5일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김지은씨의 성폭행 폭로가 나왔다. 유력 대권주자였던 안 전지사가 가해자로 지목되며 미투에는 성역이 없음을 알렸다. '정치권'(37.03), '안희정'(31.3), '민주당'(18.67) 등이 많이 언급된 연관어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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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윤택 연극연출가(왼쪽), 방송인 김생민(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오른쪽) /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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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키워드 분석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미투는 방송인 김생민씨의 성추행 사건이었다. '김생민 미투 보도'가 나온 4월2일은 지난 1년간 네이버에서 '미투' 키워드 검색 비중이 가장 높았던 날이었다.

'김생민 미투'의 검색량을 100으로 봤을 때 '안희정 미투'의 검색량이 67에 그칠 정도였다. 합리적 소비를 전파하는 '통장 요정'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터라 대중의 충격은 컸다.

'SNS'(51.5), '해시태그'(30.48), '페이스북'(27.81) 등도 키워드 분석에서 주요 연관어로 집계됐다. 미투 운동의 확산에는 무엇보다 SNS의 영향력이 컸다는 방증이다. 많은 사람이 SNS에 '#metoo', '#미투' 등 해시태그를 달아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교육 현장의 성폭력고발 '스쿨미투'의 흔적은 10~20대 사용 비중이 높은 SNS 트위터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트위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 분야의 최다 리트윗 키워드는 '스쿨미투'로 나타났다.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해시태그는 스쿨미투의 시작을 알린 '#충북여중_미투'였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매체에서 (성폭력 문제를) 소홀히 다뤄왔던 것이 SNS를 통해 확산하게 된 현상"이라며 "몇십년간 누적된 문제를 작년 한 해 시끄러웠다고 넘어가서는 안 되고, 미투 운동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추적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서민선 기자


미투 1년…재판 넘겨진 '그들은' 어떻게 됐나

[미투 그후 1년]③안희정 전 지사 1심 무죄 판결…안태근 전 검사장은 1심 판결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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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진=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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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줄을 이었던 미투(Me too) 운동 중 가장 파급력이 컸던 것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인 김지은씨의 언론 인터뷰였다. 김씨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며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억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 측은 부적절한 관계였음은 인정하면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반박했다.

김씨 측은 변호인단을 꾸리고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적용해 안 전 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안 전 지사가 상급자로서 권력을 악용해 강제로 성관계한 게 맞다고 본 것이다. 이는 1심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약 2달에 걸친 심리 끝에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력은 있었지만 위력의 존재감이나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주장처럼 안 전 지사가 상급자로서 권력을 앞세워 억지로 성관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다음달 1일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안 전 지사는 "힘으로 상대의 인권과 권리를 빼앗은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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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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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3·사법연수원 20기) 사건은 민·형사소송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서지현 검사(45·33기)의 입에서 시작됐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안 전 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인사 불이익 부분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안 전 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 문제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정에서 안 전 검사장 측은 서 검사를 성추행한 기억도, 그런 내용의 소문을 들은 적도 없기 때문에 인사 불이익을 줄 이유도 없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안 전 검사장 사건 선고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서 검사 측이 법정에서 동료 검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거짓 증언을 했다며 변론재개를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서 검사는 이와 함께 안 전 검사장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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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8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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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미투'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던 시인 고은씨의 재판은 민사 사건으로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시인 최영미씨와 박진성씨로부터 시작됐다. 최씨는 1992~1994년 종로 탑골공원 근처 주점에서 고씨가 성추행을 한 적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박씨도 고씨가 2008년 4월 초청 강연회 뒤풀이 자리에서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최씨의 주장에 동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고씨는 자신의 전시공간을 철거하고 모든 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고씨는 최씨, 박씨와 두 사람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는 고씨가 증언대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씨 측은 정신적 충격이 커 법정에 나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투 운동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첫 사례가 됐던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은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감독은 극단에서 절대적 지위를 가진 점을 이용해 극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선고받았다. 이 전 감독은 안마를 받고 연기지도를 해준 것일 뿐 성범죄 의도는 없었다며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김종훈 기자


여야없이 쏟아낸 100여건…통과는 9개

[미투 그 후 1년]④'비동의 간음죄 처벌법'·'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법' 등 '숙제’

지난해 1월29일 국내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이 촉발되고 1년 동안 국회가 쏟아낸 이른바 '미투법'이 150여건이 넘는다. 통과는 단 9건이었다. 올해 체육계 미투를 계기로도 체육계에 특화한 '미투법' 발의가 잇따랐다. 수많은 계류 법안 중에도 위계에 의한 구조적인 성범죄를 막으려면 '비동의 간음죄'와 보다 적극적인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법' 등이 보다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투'의 근원 '위계에 의한 성범죄' 뿌리뽑을 법=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비동의 간음죄' 처벌법은 지난해부터 10건 정도로 파악된다. 이른바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sns yes rule)'로 불리는 법이다. '노 민스 노 룰'은 상대방의 거절 의사에도 성관계를 할 경우 강간 또는 강제추행으로 보고 처벌하는 법이다. '예스 민스 예스 룰'은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이 명확하게 동의를 나타내지 않은 모든 성관계를 강간·강제추행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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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판결 이후 이 법의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현행 형법에서 '폭행과 협박'이 있거나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일 경우 각각 강간·강제추행과 준강간·준강제추행을 인정해 당시 안 전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 위계에 의한 성범죄 중 많은 수가 '솜방망이 판결·처벌'을 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직장 내 성범죄 등 위계에 의한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지위에 압도돼 거부 의사를 나타내도 억지로 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법 적용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동의 간음죄 처벌법은 모두 국회에서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안 됐다. 계류 법안 중 눈에 띄는 것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데다 대표 발의자가 원내대표에 당선된 만큼 논의에 기대감도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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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피해자 또 억울하게 만들지 말자는 법=피해 사실을 알린 '미투' 폭로자에 대한 2차 피해 보호법도 다수 계류 중이다. 그 중에도 대표적인 것이 '미투' 폭로자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법안과 미투에 대한 무고죄 적용 유보 법안 등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민주당 의원)과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국회에서 당정 협의도 열렸지만 법안 심사는 제자리 걸음이다. 다른 사실적시 명예훼손 범죄들과의 형평성 등이 걸림돌로 제기된다. 국회에는 아예 사실적시 명예훼손 자체를 폐지하자는 금태섭 민주당 의원안도 계류 상태다.

미투나 성범죄 고발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도리어 제기하는 무고죄 적용을 유예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이다. 성폭력 사건 수사 중에는 피해자를 주장하는 이에 대한 무고죄 적용을 유예토록 했다. 법안은 미투 운동 이전인 2016년 발의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법 개정보다는 법무부의 수사지침에 반영하는 수준으로 검토되고 있다.

◇폐쇄적 구조로 인한 체육계 성범죄 방지법=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 가해 의혹 폭로에서 비롯된 이른바 '운동선수 보호법'도 국회의 숙제다. 사실상 '합숙 훈련'이라는 폐쇄적 환경을 없애지 않으면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선수에 대한 성폭행과 폭행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최근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를 체육관련 단체에서 영구제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단 시각이 나온다. 문체위 각 의원실은 합숙훈련 관련 내용을 담은 '학교체육진흥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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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수 기자, 한지연 기자


안희정과 조재범 사이, 말 뿐인 국회

[미투 그 후 1년]⑤1년 사이 반복된 대응 패턴…10년 전에도 똑같았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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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터진다. 국회는 들썩인다. 각 당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한다'. 요란한 말만 남을 뿐 행동은 뒷전이 된다. 지난해 1월29일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정치권에서는 1년 내내 지위와 권력에 의한 성폭행을 규탄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1년 후 같은 양상의 사건이 터졌다. 정치권의 말은 변한게 없었다.

◇"화나고 부끄럽다.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판 만들어야"

지난 9일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의 성폭행 피해 폭로 이후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말했다. 안 위원장 소속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5당 모두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심 선수의 폭로 다음날인 10일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당 차원에서 한 선수의 성폭행 문제를 넘어서서 대한체육회에 대한 문제들까지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남인순 최고위원 역시 "이런 범죄가 끔찍한 관행이었는지, 또 다른 가해자는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병폐를 뿌리뽑겠다"고 외쳤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사회 전반의 성폭행 실상을 조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며 "관련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병폐를 키운 것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자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이런일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며 체육계 전수조사를 주장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성폭력 대책은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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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를 갖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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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엔 어땠을까

새로운 풍경은 아니었다. 권력형 성범죄를 대하는 정치권의 화법은 1년 전도 똑같았다.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피해자 보호를 외치며 "당 차원 대응", "법 개정안 발의" 등을 주장한다. 정당과 시기를 막론하고 대응 패턴이 비슷하지만 변화는 미미하다.

지난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미투 당시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국내 미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월 말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달 후 안 전 지사 미투 사건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대책이 논의됐다.

당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폭력 뿌리뽑기와 2차 피해 방지"라는 당 차원의 대응을 천명했다. 대책 관련 법안 발의 등 수습책 마련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여성폭력방지TF(태스크포스)를 특별위원회로 격상했다. 일명 '여성폭력근절특위'다. 여성폭력근절특위를 중심으로 민주당은 지난해 4월 국회에서 긴급히 당정협의를 열었다. 미투 폭로자에 대한 2차 피해 대책이 논의됐지만 결론은 법무부 등의 이견을 확인한 정도에 그쳤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들은 "민주당이 가증스럽다"고 집중포화를 가하는 동시에 "성폭력 폭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극복하고 성폭력 근절의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성성폭력근절대책특위를' 출범시켰다.

◇1년 전뿐 아니라 10년 전에도 같았다

정치권도 비슷한 대응만 반복될 뿐 근본적인 변화가 미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사건 이후인 지난 16일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 19명과 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 토론회에서 이같은 인식이 공유됐다.

여기서 민주당 의원들은 10년도 더 전인 2007년 박명수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감독 성추행 사건 당시 체육계에 대한 정부 대책 등을 언급하며 현재와 비교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대책뿐"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제를 반복해서 얘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정협의를 통해 범부처적인 사안들의 대책을 수립하고 잘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두 번 상처받는 미투···피해자 향한 '2차 가해'는 진행형

[미투 그후 1년]⑥"피해자 보호하려면 정조와 순결 강조하는 이데올로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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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고 저를 너무나도 괴롭게 했던 그 사람들을 용서할 생각이 하나도 없습니다"

'비공개 촬영회' 사건의 피해자 양예원씨는 1심 선고 이후 자신이 겪은 2차 피해를 호소했다. 1심에서 승소한 양씨는 자신을 향한 모든 가해 행위에 대해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터넷상에서의 일방적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우리 사회에 미투(#ME TOO) 운동이 촉발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오히려 심화된 게 현실이다.

서 검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서기호 변호사는 "서 검사도 최근 2차 가해에 대한 스트레스와 재판 과정 중 압박감으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상태"라며 "실체 없는 소문들이 퍼지다 보니 언론이나 주변 조직 등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추락했다"고 전했다.

2차 가해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막아 궁극적으로는 문제 해결을 막는다. 최근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빙상계에서도 2차 가해의 두려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박지훈 변호사는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 “젊은빙상인연대가 최근 성폭력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데 피해 선수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2차 가해를 받을까 두려워 여전히 떨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차 가해는 피해자 개인의 신상과 과거 행적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 성적 희롱이나 희화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최근에는 피해자의 일부 행동을 근거로 진정성을 의심하는 등의 가해 행위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2차 가해가 지속되는 이유로 '여성에 대한 고전적 인식'을 지적한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오래전부터 여성, 그리고 정조와 순결에 대한 특정 이데올로기를 가진 국가였다"며 "여성은 스스로 정조를 지켜야 하고 그걸 지킨 여성만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여성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도 팽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은 재판과정에서도 목격할 수 있는데 피해자가 얼마나 강렬히 저항했는지 등을 따져 묻거나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신문 과정 등이 그 예"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바람직한 성 가치관에 대한 교육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채원 인턴기자


'나 이런 말하면 짤리냐?'…여전한 직장내 '성희롱·폭력'

[미투 그 후 1년]⑦조심해도 구태 상존…주52시간·자율출퇴근 맞물려 회식문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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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언어 성희롱으로 인사위원회까지 열렸다. 가해자 1명은 징계에 그치고 피해자 2명만 타 부서로 부서 이동 발령이 났다. 우리는 대기업이고 여자 비율이 60% 정도인데도 인식 수준이 아직 너무 낮다. 대표 출장은 여자가 수행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걸 보니 아직 멀었다."(대기업 대리 윤모씨·34)

# "실제로 삶이 많이 바뀐 건 아니다. 오히려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를 농담 삼아 '야, 나 이런 말 하면 짤리냐?'라고 하는데 기분 나쁘다. 그리고 성폭행 뉴스를 보면서 '쟤는 못생겼는데 꽃뱀 아니냐'고 하는데 불쾌하다. 미투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사례에서 일반 직장인이 나서기는 아직 어렵다." (유통업체 과장 정모씨·35)

# "1년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회식은 두 달에 한 번으로 줄었는데, 남녀 택시를 같이 타지 말라고 한다. 임원들이 예전엔 성희롱 농담을 많이 했는데 이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다 보니 말 한마디도 조심한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 주니 혹시 기분 나쁜 말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한다." (제조업체 부장 김모씨·41)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대한민국 기업 내부에서는 '가시적인 변화'가 일부 나타났다.

한 IT 기업은 지난해 성희롱 예방 수칙을 기록한 스티커와 포스터를 사무실 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부착했다. 스티커와 포스터에는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성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면 표현해 주세요", "성희롱으로 문제될 만한 행동을 목격하면 바로 제지해 주세요", "상대방이 성적 불쾌감을 표시하면 진심으로 사과해 주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부 남성 직원은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펜스룰(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서 유래)' 정도의 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한 선배가 지난해 노래방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으로 퇴사하는 걸 본 이후부터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여성 직원 대부분은 아직 사내 성희롱·성폭행 문제가 남아 있다고 느낀다.

회식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미투' 영향보다는 주 52시간제나 자율출퇴근제 시행 덕분이다. 전처럼 오후 6시에 모두 일을 마치지 않고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게 되자 저녁보다 점심에 회식하는 일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술이 들어가는 저녁 회식이 '위험'해, 저녁 자리에서 임원 옆자리와 앞자리는 여성 직원을 배석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은행원(32)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전처럼 노래방 회식은 하지 않고 1차에서 끝난다"고 전했다.

금요일 업무시간 이후 스포츠 체험시설에서 스포츠 활동을 즐기고, 수제맥주펍에 마련된 워크숍 전용 룸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고 마무리하는 등 새로운 워크샵 문화도 생겨났다.

스포츠 활동을 즐기지 않는 부서원들은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저녁 자리에 합류한다. 직장인 강모씨는 "외곽으로 주말을 포함해 1박 2일간 '부어라 마셔라'했던 워크샵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시영 기자, 강미선 기자, 김은령 기자


#미투'의 진원지 미국, 무엇이 달라졌나?

[미투 그후 1년]⑧트윗 한 줄, 196개국에 영향… 美서만 200여 인사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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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 '미투(Me too)'의 진원지는 미국 할리우드였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미투로 모인 힘이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등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펜스룰'과 같은 부작용도 생겨났다.

◇"트윗에 적어달라"로 확산… 유력인사 201명 자리 물러나= 2017년 10월 영화배우 애슐리 주드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영화제작업계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며칠 후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만일 당신도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면 이 트윗에 미투(me too)라고 적어달라"고 남겼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글을 올린 지 24시간 만에 50만 건의 '#미투' 트윗이 잇따랐다. 이후 1년 동안 SNS에는 1900만건의 미투 해시태그 글이 올라왔다.

미투의 영향력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에서 유력 남성 인사 201명이 성추문으로 해고되거나 사임했다. 직전 1년 동안 비슷한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남성 인사 수는 30명 안팎에 불과했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 미국 하원 최다선(27선)인 존 코니어스 민주당 의원,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방송계 전설 레슬리 문베스 CBS 회장, 에릭 슈나이더만 전 뉴욕총장 등 업종과 경력을 불문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전 세계로 퍼졌다. 구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미투'가 검색된 나라는 196개국, 사실상 모든 국가에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 것이다. 성평등 선진국으로 꼽혀오던 스웨덴부터 여성인권 후진국 인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미투 운동이 진행됐다.

◇폭로 넘어서 성차별·폭력 해결 움직임으로… '펜스룰' 부작용도=이제 미투는 대책 마련을 위한 적극적 움직임으로 옮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월 설립된 타임즈업(Time's up·이제 끝낼 때가 됐다)이다. 성범죄와 성차별에 대항하는 단체로 모금 두 달여 만에 2200만달러(약 249억원)를 모았다. 메릴 스트립, 엠마 왓슨 등 유명 배우들이 동참했다. 기금은 피해자의 법률지원에 쓰인다. 타임즈업은 800명의 변호사와 협업 중이며 현재까지 3500여 명에 도움을 줬다.

사회 각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왔다. 미국 상·하원 의원은 미투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직후 전 의원과 보좌관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방지교육 의무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상장기업 이사회 멤버로 최소 1명 이상의 여성을 포함토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또 힐튼, 하얏트호텔 등으로 구성된 미국호텔연합은 종업원들이 성추행 피해를 입었을 때 즉각 지배인 등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패닉 버튼'(긴급 비상벨)을 지급했다.

반면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나타난 '펜스룰'(Pence rule) 현상은 미투 운동의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펜스룰이란 성 관련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여성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것을 뜻한다.

CNBC는 "무엇이 성희롱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일부 남성들은 여성 동료들을 대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며 "일부 임원은 여행이나 저녁 사교 모임에 여성 동료들을 초대치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츠바이크 변호사는 펜스룰에 대해 "성 스캔들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성차별이라는 새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은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미투 넘어 위드유

[미투 그후 1년⑨교육·법조·문화계 미투 지지한 시민·지역사회 위드유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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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YOU'(위드유), 'WE CAN DO ANYTHING'(위 캔 두 애니띵), 'ME, TOO'(미투)

지난해 4월 서울 용화여고 창문에는 "당신과 함께한다"는 내용의 커다란 문구가 붙었다. 교사 성폭력을 폭로한 졸업생의 미투를 지지한다는 재학생의 외침이었다.

재학생 '위드유'는 지역사회로 번졌다. 노원구 주민모임 마들주민회의 당시 사무국장이던 이혜숙씨는 8개 시민단체와 연대해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을 만들었다.

지역사회 위드유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씨는 "시민단체가 모여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 목소리를 냈을 때 학생들이 많은 힘을 얻었다고 하더라"며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고맙다'고 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의 폭로도 위드유 운동으로 번졌다. 서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225명은 '서 검사를 응원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그동안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을 담아 지금부터라도 용기 내어 준 그의 곁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연·문화계 미투에는 관객이 함께했다. 성폭력 가해자나 방관자가 제작·출연한 공연을 보지 않겠다며 공연 예매 취소 인증이 이어졌다.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관객 400명이 모여 위드유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에게도 많은 지지가 쏟아졌다. 안 전지사 지지 모임인 '팀스틸버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곁에 서겠다"면서 지지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현재, 전국 153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김씨를 지원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위드유 운동이 피해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천 내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15곳이 모인 '인천여성연대'의 김성미경 대표는 "대부분 피해자가 미투 폭로 뒤 비밀을 누설했다는 책임감과 주변에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을 느낀다"며 "미투는 가해자 잘못이며 사회가 함께 해결할 문제임을 외칠 때 피해자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투를 지원하는 공적인 위드유 제도나 기관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년간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가 안심하고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미투는 빙산의 일각일 뿐 아직 드러나지 못한 문제가 쌓여있다"며 "사회적 지위가 약해서 여전히 미투 폭로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공적인 제도와 기관이 직장과 지역 사회 내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서민선 인턴 기자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서민선 인턴기자 seominsun@hanmail.net,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안채원 인턴기자 codnjsdl93@naver.com,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강미선 기자 ri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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