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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기견 안락사 없는 독일…개가 세금·버스비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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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1901년부터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

안락사 대신 90% 새로운 주인 찾아

개 키우려면 자격증 따고 세금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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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소에 있는 유기견이 창살 사이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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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케어 대표의 유기동물 안락사 논란이 뜨겁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안락사 없는 동물단체’를 표방했지만 박 대표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00마리 넘는 동물을 몰래 안락사시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죠.

우리와 다르게 유기동물을 죽이지 않는 나라도 있습니다.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에선 동물복지 법령에 따라 의학적으로 치료 불가능한 병에 걸린 동물이 아닌 이상 안락사를 시키지 않습니다. 구조된 유기동물이 7~10일 후 안락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거죠. 그럼 독일에선 유기동물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축구장 22개 크기의 유기동물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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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 베를린'의 모습. 이 시설은 2001년 완공된 것으로 유럽 최대 규모인 축구장 22개 크기다. 현재 직원 140여명이 동물 1000여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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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엔 ‘동물의 집’이라는 뜻의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이 있습니다. 독일에선 1841년 전세계 최초 동물단체인 ‘동물학대방지연합’이 생겼고 이 단체는 1901년 베를린에 동물보호소 티어하임을 설립했습니다. 동물학대방지연합은 독일동물복지협회로 발전해 현재 이들과 연계된 보호소는 독일 전역에 약 700곳에 이릅니다.

그중에서도 베를린의 티어하임은 유럽 최대 규모로 축구장 22개의 크기에 달합니다. 이곳엔 현재 고양이 300여 마리, 개 240여 마리, 새 200여 마리, 그 외 햄스터와 토끼 등 총 1400여 마리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해 운영비만 800만 유로(약 102억 원)에 이릅니다. 지자체의 지원과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데, 티어하임엔 개인이 특정 동물과 결연을 통해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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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설립된 독일 베를린의 첫 유기동물 보호소의 모습. 강아지, 고양이 뿐 아니라 갈 곳 없는 새와 가축들도 보호한다.[사진 Tierheim Berli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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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물질적인 지원이 있어도 유기동물이 무한대로 늘어난다면 그들을 모두 티어하임에 보호할 수 없겠죠. 티어하임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건 유기동물 입양이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보호소의 동물 약 90%가 새 주인을 만나는데 독일에선 우리나라와 다르게 개·고양이를 펫샵에서 판매할 수 없어 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티어하임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겁니다.

반려인은 자격증 따고 세금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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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종 '스패니쉬 워터 독'의 모습. 독일에선 이 견종을 키우는 한 반려인이 강아지세(dog tax)를 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강아지를 양이라고 주장하는 소동이 있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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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닙니다. 입양한 동물의 유기를 방지하는 제도적인 장치들도 마련돼 있습니다. ‘반려동물 자격증’이 그 중 하나인데요. 독일 니더작센주는 2011년 7월 반려견을 키우는 데 필요한 자격증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엔 이론시험을 보고, 입양한 후엔 실습시험까지 봅니다. 자격증 뿐 아니라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강아지세’(dog tax)도 내야 합니다. 강아지 한 마리당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건데요. 지역과 견종에 따라 세금이 달라 1년에 약 90유로(14만원)에서 600유로(77만원)까지 다양합니다.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로만 무책임하게 동물을 입양하는 걸 막으려는 겁니다.

사실 이 강아지세는 19세기 광견병 전염을 막기 위한 개체수 제한 용도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독일 이웃나라인 네덜란드 역시 강아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요. 네덜란드 헤이그에선 1년에 강아지 한 마리당 120유로(15만원)를 세금으로 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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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요금 안내판에도 강아지 요금이 별도로 적혀있다.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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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세 때문에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엔 한 남성이 무등록 상태의 스패니시 워터독(Spanish water dog)을 데리고 산책하다 당국 단속에 걸리자 양이라고 우긴 겁니다. 탈세를 위한 꼼수였지만 당국은 개 주인에게 '양이 아닌 개'라는 점을 친절히(?) 확인시켜주고 벌금을 물렸습니다.

실제로는 대부분 강아지세를 꼬박 꼬박 내는 편이랍니다. 더 로컬에 따르면 수도 베를린에서만 한해 강아지세로 걷히는 세금이 1100만유로(140억 원)입니다. 세금뿐 아니라 독일에선 반려견이 버스를 함께 탈 때는 사람 버스비의 절반 정도의 버스비도 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반려견을 사람 못지 않은 존재로 생각하고 견주에게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는 거죠.

동물보호법, 알고보니 히틀러가 만들어
독일은 2002년 헌법에 해당하는 연방기본법에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했는데요, 앞선 1933년엔 전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독일 총통은 ‘세기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였는데요.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한 히틀러가 ‘동물 학대시 2년 이하의 징역’을 명시한 동물보호법을 만들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결과적으론 이 법이 현재 독일의 동물 복지 시스템의 근간이 됐습니다.

유기동물을 줄이는 일, 나아가 안락사를 행하지 않는 일은 윤리적 호소만으론 이뤄지지 않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법적인 제도, 재정적 지원이 고루 갖춰질 때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사례는 해마다 유기동물 10만 마리가 발생하고, 이중 20%가 안락사에 처해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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