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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日 추리소설이 점령한 출판 시장, 국내 토종 추리물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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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30위 소설 7개 중에 5개가 日 추리물

국내 신인·기성 작가들 발굴해 추리 시리즈로 시장 살리기 나서

새해에도 여전히 핏빛 소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주(1/9~1/15) 소설 종합 베스트셀러 1·2·3위는 모두 추리·스릴러 소설이 차지했다. 1위는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프랑스), 2위는 대니얼 콜 '봉제 인형 살인 사건'(영국), 3위는 야쿠마루 가쿠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일본)이다.

국내 소설이 부진한 틈을 타고 외국 추리소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표적 일본 추리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와 야쿠마루 가쿠의 활약으로 지난해 소설 시장에선 일본 소설 점유율(31%)이 한국 소설 점유율(29.9%)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8년 종합 베스트셀러 30위 중 소설은 7종. 이 중 추리·스릴러 소설이 5종이었고 전부 일본 소설이었다. 박진영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같은 사회파 추리소설이 특히 인기"라면서 "추리소설이지만 왕따나 혐오 같은 사회문제를 파고들면서 한국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지난주 소설 베스트셀러 5권 중 4권을 외국 추리소설이 차지했다. 왼쪽부터 아가씨와 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봉제 인형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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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 인형 살인 사건'이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출간된 지 한참 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순위 '역주행' 소설이다. 두 책을 출판한 북플라자 문성원 대표는 "그동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에 집중해왔던 한국 문단에선 추리소설을 '상업적'이라며 무시해왔다"면서 "반면 드라마·영화에서 추리나 스릴러 장르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이에 익숙한 독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추리소설 작가를 양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출판사 '휴먼앤북스'는 올해부터 추리소설 시리즈인 'H&B 스릴러·미스터리 컬렉션'을 시작한다.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쓰는 국내 기성·신인 작가들을 발굴해 매년 3~4권씩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2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응백 대표(문학평론가)는 "외국 추리소설에 시장을 장악당한 현실에 자존심 상하고 분노했다"면서 "순수소설은 몰락했고, 이제는 한국적 대중소설을 양성해야 할 때"라고 했다.

시리즈의 첫 책은 유광수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의 '싱글몰트 사나이'. 공황장애를 앓는 전직 형사와 기무사 요원이 잇따른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유 교수는 '진시황 프로젝트'로 2007년 상금 1억원의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그는 "일본에선 아주 오래전에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무너졌다"면서 "한국에서도 문학의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고 했다.

추리소설은 드라마·영화로 만들어지기도 쉽다. '봉제 인형 살인 사건'도 영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한국 스릴러 소설 작가 정유정도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등 쓰는 작품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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