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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순신을 알지도 못하면서 동상 옮긴다는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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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첩 기념관 추진하는 前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종대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긴다는 발상은 크게 잘못된 겁니다. 1968년부터 반세기 동안 그곳이 이순신 장군에 대한 국민의 사랑이 깊이 서린 장소라는 역사성을 왜 모르는지!"

21일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설계도에 '이순신 동상을 북서쪽으로 400m 이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김종대(71)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법무법인 국제 고문)은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 44년 동안 이순신이란 한 인물에 미치다시피 했던 '이순신 전도사'. 평전과 연구서를 썼고 서울·부산·여수에 이순신아카데미를 세워 '이순신 강사' 250여 명을 배출했다.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인 '명량'도 그의 자문을 거쳤다.

조선일보

부산 용두산 공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1592년 부산대첩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을 세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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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첩을 아십니까?" 헌법재판소에서 퇴임한 뒤 부산으로 내려간 그는 작년부터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 부산대첩기념사업회를 설립해 맹렬한 활동에 돌입했다. 우선 북항 공터에 부산대첩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이 과제. "명량대첩이나 한산대첩과는 달리 부산대첩을 아는 사람이 드물어요. 용두산 공원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 부산대첩을 기리기 위한 것이고, 1980년 '부산시민의 날'로 제정된 10월 5일이 바로 부산대첩 승전일인데도요."

그는 부산대첩이 단순한 국지전이 아니었다고 했다. "옥포·당포·한산대첩에 이어 기승전결의 결(結)에 해당하는 임진년(1592) 해전의 대단원이었죠." 연승을 거두던 이순신은 일본 수군의 본부인 부산포를 공략해 결정타를 안기자는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 1만 명에 가까운 수군이 여수 앞바다에서 23일 동안 특수 훈련을 받고 장거리 운항을 대비한 막대한 군량미와 땔감을 실은 뒤 출항했다.

"정말 위험한 공격이었죠. 육군의 도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수군만으로 적의 본거지를 치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놀라운 승리를 얻어냅니다." 출항한 지 닷새 만인 8월 29일 낙동강 하구에서 적선 6척을 불태워 배후를 정리하고, 9월 1일(양력 10월 5일) 다대포·절영도 등에서 24척을 깨뜨린 뒤 거북선을 앞세우고 부산포로 돌진했다. "그날 오후 내내 부산포에 정박한 적선 500척 중에서 100여 척을 집중 공격해 격침시킵니다."

사실상 이것으로 임진왜란 초기의 해전은 끝났다고 김 전 재판관은 설명했다. "조선 수군이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육군·수군이 함께 공격한다는 전략을 세웠던 일본군은 절름발이가 돼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나라 전체를 지킨 전투였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이 부산대첩에서 배워야 할 '4대 정신'을 꼽았다. "의견이 다른 장수들과도 함께한 화합과 포용, 용의주도하게 전쟁을 준비한 유비무환, 누구도 생각 못한 전략·전술을 세운 창의와 개척, 목숨을 걸고 싸운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입니다."

그는 안보 상황이 불안한 현재 우리나라의 시국이 마치 임진왜란 직전의 상황을 연상시킨다며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임진왜란 직전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한 조정 대신들이 '백성들이 불안해한다'는 이유로 성을 쌓는 일조차 중단시켰습니다. 평화만 강조하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는 백령도의 지인이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해 오던 훈련이 최근 중지됐다'며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말하는 걸 보고 "이거 큰일이구나" 싶었다고 한다. "다른 장수들처럼 조정의 눈치를 보는 대신 늘 적진을 주시하며 방어 태세를 갖춘 인물이 이순신이었죠. 이순신을 배워 각자 맡은 책임을 다해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부산=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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