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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난 열한 살 때부터 술을 마셨지…' 저릿한 가사로 세계 울린 '게토'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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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곡으로 13國 차트 1위 한 덴마크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

내일 첫 단독 내한 공연

소년은 히피들의 천국에서 나고 자랐다. 덴마크에서 유일한 무정부 마을로 어디서든 대마초를 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소년도 열한 살 때부터 대마초를 피우고 독한 술을 마셨다. 하룻밤 몸을 누일 침대가 있으면 감사한 날들이었다.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게 그가 그릴 수 있는 미래의 전부였다. 스무 살쯤이 되자 그런 인생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규칙이나 법은 없던 마을이지만 음악과 뮤지션은 넘쳤다. 어딜 가도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이었다. 스무 살이 된 소년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가사로 적어 내렸다. 그에 맞는 멜로디도 붙였다.

조선일보

순식간에 스타가 된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은 팀명만으론 솔로 가수 같지만 3인조다. 왼쪽부터 작곡·작사를 맡고 있는 보컬 그레이엄, 드러머 마크 팔그렌, 베이시스트 매그너스 라슨. /워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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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3인조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들이다. 이들이 노래하는 음악은 솔 혹은 팝으로 분류되지만 출신이 빈민가인 덕분에 게토(ghetto) 팝이라고도 불린다. 게토 출신이자 밴드를 이끄는 보컬 그레이엄(31)은 자신의 과거와 생각을 고백하는 가사로 사람들 마음을 울린다. 어머니의 충고, 친구에 대한 이야기, 힘들게 자란 어린 시절 어떤 철없는 행동과 생각을 했었는지를 써내린다. 또 외로운 순간과 후회하는 일에 대해 솔직한 말투로 털어놓는다. 잔잔한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드럼 소리가 그의 가사에 얹히는 순간 그가 자신의 일기를 흥얼거리는 듯하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화제였다. 2011년 집에서 친구들과 자작곡을 녹음한 유튜브 동영상이 순식간에 조회 수 10만을 기록하며 정식 앨범 전 이미 스타가 됐다. 2015년 데뷔곡 '7 years'로 영국 차트 1위를 비롯해 13개국 음반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이 곡으로 2017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곡, 올해의 음반 등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TV 프로그램이나 라디오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이들이 최근 발매한 새 앨범을 들고 오는 24일 서울 예스 24 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내한 공연을 갖는다. 주변 사람들과 자신에 대해 노래하던 그레이엄이 아버지가 되자 딸에 대해, 또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또 다른 느낌을 풀어놓는다. '돈을 벌기 위해 집에 못 들어가는 아빠가 될 때, 아이의 울음을 달랠 수 없을 때. 이건 삶일까 그냥 숨만 쉬는 것일까'란 가사는 많은 젊은 부모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이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레이엄은 이렇게 답했다. "애초에 사람들을 서로 통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음악 아닐까." (02)563-0595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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