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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24)증상 비슷하다고 남의 약 복용하면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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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도성 급성 중독 예방

독성 있는 화학물질, 다른 용기에 옮기지 말고 남은 약은 반드시 폐기를

응급실 찾는 중독환자 10%가 어린이…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경향신문

비의도성 중독의 가장 흔한 원인 물질은 복용 후 남은 약품이다. 소병학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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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급성 중독이라고 하면 ‘의도적으로 자신을 해하기 위해 독성 물질을 음독하거나 수면제 등의 약물을 과다복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급성 중독이 의도하지 않은 실수나 사고로 발생하고 있다.

2016년 국내 응급실 손상환자 심층조사에 따르면 비의도성 중독이 전체 중독환자의 37.7%였다. 특히 가정에서 발생하는 비의도성 급성 중독은 예방활동으로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몇 가지 예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경향신문

비의도성 중독에서 가장 흔한 원인물질은 가정에서 보관되고 있는 약품으로, 이에 의한 중독사고를 막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의료진에게 처방 받은 약은 처방 받은 사람만 복용해야 한다. 가족이 처방 받은 약을 비슷한 증상이라고 해 다른 사람이 먹거나 하는 일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

또한, 약품은 권장된 용량보다 더 많이 복용하거나 더 자주 복용해서는 안된다. 특히 진통제를 더 빠른 효과나 확실한 효능을 얻고자 권장된 용량 이상으로 많이 복용해서는 안된다. 밤에 약을 먹을 때는 불을 켜고 맞는 약인지 확인해 실수로 다른 약을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흔히 원래 보관하던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약을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결국 무슨 약인지 모르게 되거나 혼동해 다른 약품을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남은 약품을 오래 가지고 있게 되면 혼동해 잘못된 약을 복용하게 될 수 있고, 어린이들이 실수로 먹어 중독될 수 있어, 남은 약은 보관하지 말고 폐기하기를 권한다.

일반의약품 외에도 가정마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 항상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라벨을 읽고 독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은 원래의 용기에서 절대 옮기지 않도록 한다. 흔히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작은 용기에 옮겨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가정에서 화초를 돌보기 위해 농약을 구입했다가 드링크 병에 넣고 보관하는 경우, 나중에 본인이나 다른 가족이 드링크제로 오인해 음독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둘째, 여러 가지 가정용 화학물질을 혼합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면, 표백제와 암모니아를 혼합하면 독성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농약이나 화학물질을 분무할 때는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피부에 닿으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장갑, 긴팔, 긴바지, 양말 및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넷째, 락스 등의 화학물질로 청소할 때는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켠다. 밀폐된 공간에서 휘발성 물질에 노출되면 흡입에 의한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응급실 손상환자 심층보고에서 중독환자 중 9세 이하의 어린이는 약 10%였으며, 급성 중독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어린이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특히 더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자. 모든 약품과 가정용 화학물질은 어린이가 닿을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장에 보관한다. 어른들 중 약 먹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탁자 위에 약을 꺼내 두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 아이들은 순식간에 그 약을 먹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다음에 먹을 약을 어린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절대 놓아선 안된다.

약품은 항상 뚜껑을 닫은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일부 약품이 안정 마개를 이용한 용기에 담겨져 있는 이유도 이와 같다. 약 먹는 것을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약을 먹일 때 사탕이라고 속이고 먹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어린이는 실제로 사탕이라고 생각하고 부모가 없을 때 몰래 약을 더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독정보센터의 2017년 연보를 보면, 전체 중독의 77%가 비의도성 중독이었고, 그중 68%는 12세 이하의 어린이였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중독물질 노출양상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자료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독물질을 관리하고 예방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는 정확한 자료는 수집되지 않았지만 응급실에 방문하지 않은 비의도성 중독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중 많은 수는 어린이일 것이다. 향후 국내 중독물질 노출에 대한 국가차원의 자료수집이 수행된다면 비의도성 중독의 예방을 위한 정책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병학 |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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