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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태안∼서울 칠백리 눈물길' 故김용균씨 서울대병원에 빈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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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책위, 진상규명·책임자처벌 촉구…대표단 단식농성 돌입

"주위에 비정규직 많아, 남의 일같지 않다"…시민 추모 발길 이어져

연합뉴스

눈물 흘리는 고 김용균씨 어머니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의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대책위는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씨의 시신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 빈소를 차렸다. 2019.1.22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주환 기자 = "칠백리 눈물길을 돌아 고인과 유가족께서 서울로 왔습니다.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고, 장례를 치르고 싶습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에서 설비 점검 도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빈소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차려졌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의 빈소를 태안에서 서울로 옮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태안 한국서부발전 앞에서 서부발전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의 시신과 함께 상경을 시작했다. 이들은 정오께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연 뒤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오늘 김용균 씨를 서울대병원에 안치하고 광화문광장에서 공동대표단 단식농성에 돌입한다"며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가슴 아픈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번 단식농성에는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대표, 청년전태일 김재근 대표, 사회변혁노동자당 김태연 대표, 형명재단 이단아 이사가 참여한다.

시민대책위는 "태안에서 세종으로, 세종에서 다시 서울로, 칠백 리 눈물길을 고인과 함께 왔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주장이, 그래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외침이,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자는 목소리가, 이렇게 고인을 시린 겨울 거리로 나서게 할 만큼 무리한 요구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 우리 요구의 전부"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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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 빈소로 향하는 시민대책위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참가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한 뒤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대책위는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씨의 시신을 서울로 옮겨 빈소를 차렸다. 2019.1.22 utzza@yna.co.kr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벌써 아들 용균이가 떠난 지 44일이 됐다"며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차가운 곳에 놔둬야 한다는 게 아프고 힘들고 괴롭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정규직 이름표를 달고 서민들은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노동자들이 더는 죽지 않고 인권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도 참석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18일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6명은 비정규직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문 대통령에게, 만나서 제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청와대 앞으로 달려갔다. 가까운 곳에서 이 절박한 바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10초도 못 돼 연행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현실을 보면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갔나 생각했다"며 "아픈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민대책위는 분향소가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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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 빈소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2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이날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와 고 김용균 씨 유족은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씨의 시신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 빈소를 차렸다. 2019.1.22 utzza@yna.co.kr



김용균 씨의 빈소에는 시민들과 노동조합 관계자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상주는 김용균 씨의 아버지 김해기 씨가 맡았다.

빈소 인근에 설치된 리본 모양의 조형물과 플래카드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로 가득 채워졌다.

한 시민은 포스트잇에 "정규직, 비정규직 나뉨 없는 모두가 평등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 "젊은 날의 '꿈'이 헛되지 않기를",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 편히 쉬세요" 등 추모의 글이 눈에 띄었다.

빈소를 찾은 대학생 이종환(23) 씨는 "생전에 김용균 씨를 알진 못했지만, 주위에 그처럼 지방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빈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오후 7시께 서울대병원 앞에서는 김용균 씨를 추모하고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발언대에 선 어머니 김미숙 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이 누명을 벗고, 책임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면서 "용균이 동료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껏 투쟁해나가자"고 호소했다.

시민대책위는 27일 오후 3시 광화문에서 6차 범국민추모제를 열고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발전소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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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을 추모하는 촛불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2일 오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김용균의 죽음에 정부가 답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고 김용균씨의 얼굴이 새겨진 촛불을 들고 있다. utzza@yna.co.kr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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