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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체육계 ‘미투’ 이어지고 나서야 조사단 꾸린 인권위…“이번 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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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ㆍ현직 선수들의 ‘미투’(#me too)로 체육계 성폭력이 수면위로 드러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특조단)을 만들어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인권위는 22일 최영애 위원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실태 특별조사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린 지 14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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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스포츠분야 폭력, 성폭력 완전한 근절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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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피해를 '직접' 폭로했다. 심석희 선수는 지난 8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17살 미성년자였던 2014년부터 4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는 지난해 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교 시절 몸담았던 유도부 코치로부터 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젊은빙상인연대는 2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사례를 추가로 폭로했다. 현재 자신의 성폭행 피해를 폭로한 선수 중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을 총체적으로 담당하는 전문 기구인 인권위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현재 드러나 있는 몇 분의 피해자들과 이른 시일 내 만나서 그분들이 가진 고통과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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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1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가해자의 회유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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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2008년 인권위는 중ㆍ고등학생 운동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0년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권고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현장에서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조사 인력은 2~3명 정도였으며 예산은 3000~4000만원 수준이었다. 이 관계자는 “2010년 이후엔 그 인력마저 투입하지 못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도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만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도 현재와 같은 암울한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수 있다”며 “권고 이행 여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인권위에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만큼은 이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는 인권위의 역대 체육계 실태 조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특조단은 25명 내외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다. 특조단은 피해 사안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행하고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한편 수사 의뢰 등 구제 조치를 할 수 있다. 특히 특조단은 빙상ㆍ유도 등 최근 문제가 된 종목의 경우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체육계 성폭력이 만연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합숙 시설에 대해서도 현장 점검에 들어간다. 향후 민간전문가 등 10∼20명으로 구성된 ‘스포츠인권 정책 포럼’을 운영해 최종 결과물로 ‘스포츠인권 종합 제도개선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가 이번 만큼은 그냥 물러서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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