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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일본 “징용재판 방치땐 한일관계 파탄”…박근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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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이던 시절 2015년 중순 일본 고위 인사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판결을 방치해선 안 된다. 한일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던 사실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같은 정황을 적시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한일 관계 개선 모색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한일현인회의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정·관·재계 원로들로 구성됐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 등 일본 측 인사와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한국 측 인사들로 구성됐다.

한일현인회의의 일본 측 인사들은 지난 2015년 6월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방한했고, 이들은 박 전 대통령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회담을 가졌다.

매체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모리 전 총리 등은 박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면담에 참석한 인물들의 메모 등을 확보해 이런 발언이 오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파기 후 항소심은 지난 2013년 7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외교부 측에 강제징용 소송 재판을 지목하며 ‘나라 망신이 안 되도록,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처리하라’는 지시를 전달했다. 일본 기업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도록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등을 하도록 촉구하는 취지다.

그러나 외교부는 국민 정서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로 악화된 여론 등을 고려해 의견서 제출을 미뤘고, 박 전 대통령은 다음해 4월 ‘모든 프로세스를 8월 말까지 끝내라’고 재차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이후 외교부는 법원행정처와 협의해 신속히 의견서 제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일본 기업 대리인인 김앤장 측과 연락을 취해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접수토록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부 고위 법관들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한일현인회의와 박 전 대통령 등과의 만남 등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오는 23일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 같은 정황을 설명할 계획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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