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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ㆍ1운동.임정 百주년](15)'고국 반장' 安의사 유지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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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매장지 자료요구에 침묵…정부, 뤼순감옥 묘지 일대 주목

남북 공동조사 곧 합의될 듯…"中·日 협조가 관건"

연합뉴스

순국 직전의 안중근 의사
[예술의전당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중국 다롄의 뤼순(旅順) 지역은 아침부터 짙은 안갯속에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간수 4명의 호송을 받으며 형장으로 끌려 나온 안중근은 그 전날 고향에서 보내온 흰색 명주 한복으로 갈아입고 조용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다."

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 김황식)의 공식 자료에 기록된 안 의사의 최후 모습이다.

"오전 10시 15분경, 검시 의사가 운명을 확인하고 새로 만든 침관(寢棺)에 유해를 입관시켰다. 유해는 두 동생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일제가 인도를 거부했기 때문에 안중근의 유언대로 하얼빈 공원에 묻을 수 없었다."

안 의사는 사형 집행 전에 두 동생에게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ㆍ객지에서 죽은 사람을 고향으로 옮겨서 장사 지냄)해다오"라는 유언을 남겼다.

일제는 사형 집행 후 뤼순감옥 묘지에 안 의사 시신을 임시 안장했고, 두 동생은 시신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일제는 끝내 거부했다. 이로 인해 안 의사의 유언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제의 행위는 사망한 사람의 가족이나 친척 등의 요청이 있으면 시신을 인도해야 한다는 당시 법률을 무시했을뿐더러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비난을 면치 못할 처사였다.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는 안 의사 유해 매장지 기록을 제공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사 순국 109주기인 올해 남북이 공동으로 안 의사 유해발굴을 위한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커 유언을 실현할 실마리를 찾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가보훈처는 21일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안중근 의사 유해 남북공동 발굴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남북이 공동발굴에 합의할 경우 중국 정부의 협조를 통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공동조사와 발굴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훈처는 지난 14일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안 의사 유해 남북 공동발굴을 추진하는 사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 14일 청와대에서 주최한 독립유공자·유족 초청 오찬에서 "내년(20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는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남북은 2005~2007년 실무접촉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뤼순 현지 조사를 진행한 사례가 있어 북한 측도 남북 공동조사와 발굴에 동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조만간 관련 부처가 참여한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추진단' 회의를 열어 안 의사 유해발굴을 위한 세부 추진계획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는 통일부 측에 남북회담 때 안 의사 공동 유해발굴을 주요 의제로 상정해주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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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순감옥 내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로는 뤼순감옥 동남쪽 야산인 둥산포(東山坡·뤼순감옥 묘지)와 뤼순감옥 뒤편의 원보산(해발 90m), 뤼순감옥 박물관 부지 등 3곳이 꼽힌다.

둥산포는 당시 뤼순감옥 의무관과 현지 중국 역사 연구가 등이 매장 추정지로 지목한 곳이다. 중국은 2001년 1월 이 지역을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 구역으로 지정해 놓았다. 따라서 이곳에서 조사 및 발굴을 하려면 중국 문화재 당국이 허가와 승인을 해야 한다.

원보산 지역은 뤼순감옥 소장 딸인 이마이 후사코의 증언에 따라 2006년 6월 남북공동조사단 등이 매장 추정지로 지목해 2008년 3~4월 발굴을 했으나 유해는 찾지 못했다. 현재 이곳에는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다.

중국은 뤼순감옥 박물관 주차장 경영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2008년 10월 원보산 인근 지역에서 단독 발굴 작업을 했으나 안 의사 유해는 나오지 않았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안 의사 사형 집행을 기록한 '사형집행보고서' 등에서 '감옥묘지 안장' 등의 내용이 있고, 현지 전문가와 각종 증언 등을 종합한 결과 둥산포 지역 즉 뤼순감옥 묘지 일대가 매장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탐사개발연구실 측과 협의해 둥산포지역 일대에서 '지표투과 레이더(GPR)' 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처는 2014년 중국 측에 매장 추정지에 대한 GPR 조사 등을 요청했으나 아직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리 측의 협조 요청에 대해 남북 간에 먼저 합의를 하고, 둥산포지역에 안 의사가 매장되었다는 확실한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남북 합의를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안 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라는 점을 들어 유해 연고권을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훈처 관계자는 "안 의사 유해 매장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자료 수집을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관련 부처와 협업을 통해 뤼순 감옥묘지 GPR 조사 및 다롄시 당안관(기록보관소) 소장 자료조사 추진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타진하고 외교적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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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역
[국가보훈처 제공=연합뉴스]



정부는 또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주요 문서보관소에 소장된 안 의사 사형 집행 및 매장 추정지와 관련한 자료 제공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왔다.

일부 학자들은 한국 측에 한 번도 개방한 적이 없는 일본 외무성의 지하 문서고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일본 외무성 지하 창고에 보관된 문서들에 안 의사 유해 매장과 관련한 문서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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