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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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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없이 4회 연속 '신화'…박항서의 베트남, 아시아 중심에 왔다[아시안컵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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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과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12일 맞대결 전 악수하고 있다. 출처 | 아시안컵 공식트위터



[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정다워기자]우연이 아니다. 베트남은 확실히 아시아 축구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베트남을 실패를 모르는 팀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이번 ‘2019 아시안컵’에서도 8강에 진출하며 새 역사를 썼다. 최근 1년간 치른 주요 대회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베트남 축구사에서 전례 없던 성과다.

아시안컵 8강 진출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U-23 챔피언십이나 아시안게임의 경우 A대표팀이 출전하는 대회가 아니다. 스즈키컵은 동남아시아 대회라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이 베트남의 현 주소를 정확하게 확인할 평가 기준이었다. 박 감독은 현실을 고려해 16강 진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베트남은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베트남은 2007년 동남아 4개국(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열린 대회에서 8강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엔 8강이 토너먼트 첫 경기였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결과뿐 아니라 내용 자체가 좋았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3경기서 이란과 이라크 예멘을 상대했다. 베트남은 아시아 최강팀 이란에 0-2로 패했으나 완패까지는 아니었다. 몇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을 정도로 이란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라크전에서는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한때 2-1로 앞설 만큼 좋은 경기를 했다. 예멘에는 아예 완승을 거뒀다. 요르단전도 마찬가지였다. 요르단은 조별리그서 호주를 꺾은 강팀이다. 탄탄한 수비와 강력한 한 방을 갖춘 팀이라 베트남에게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베트남은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으나 후반에는 오히려 경기력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갔다. 결국 최종 승자가 돼 아랍에미리트에서 더 머물게 됐다.

박 감독 부임 전까지 베트남은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었다.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의 강호가 지배하는 아시아 축구에서 명함을 내밀 만한 수준의 팀이 아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박 감독은 베트남을 그 어떤 팀도 쉽게 볼 수 없는 팀으로 만들었다.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 베트남은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베트남 선수들의 평균연령은 23.7세에 불과하다. 아시안컵 참가국 중 가장 어리다. 팀의 핵심으로 꼽히는 꽝하이는 1997년생, 공격수 반토안은 1996년생이다. 주전 미드필더 쯔엉은 1995년에 태어났다. 아직 완성된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잠재력이 있다. 이들은 반복되는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장착했고 더 이상 아시아의 다른 나라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이런 흐름이라면 베트남은 다음 월드컵 예선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지난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2차예선에서 태국 이라크에 완패하며 허무하게 탈락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거둔 성공을 보면 다음 예선에서는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항서 신화’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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