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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공지능化 진행중인 '4차원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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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최근 급상승 18세 박상진 3단, 자유로운 발상… 최대 유망주 1위

"신진서·신민준 뒤에는 누가 대기하고 있죠?" 바둑 팬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신진서가 최근 2연속 세계무대 준우승에 머물면서 '새 얼굴'을 고대하는 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많은 전문가는 이 질문에 여전히 박상진(18) 3단을 꼽는다. 박상진은 누구이고 '여전히'는 무슨 뜻일까.

조선일보

복기 중인 박상진. 특유의 헤어 스타일에 대해 그는“많은 분이 파마했느냐고 묻는데, 정답은‘자연산 악성 고수머리’”라며 웃었다. /이홍렬 기자


2001년 5월 태어나 2015년 영재입단 4기로 입단했다. 박상진을 논할 때면 2017년 월간바둑이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신진서 이후 가장 주목하는 기사' 설문조사 때 1위에 뽑힌 사실이 빠지지 않는다. 선배들의 마음을 움직인 소년의 매력은 발상의 자유로움이었다. 지금도 박상진은 기존 문법을 예사로 무시하는 포석으로 '돌이 날아다닌다'는 말을 듣는다.

초등 1년 때 고향 대구를 떠나 서울로 유학 왔다. 3년 때 연구생이 됐고 중1 무렵 1조에 올랐다. 충암도장 시절 지도 사범이었던 김대용 6단의 회상. "초등 4년 무렵부터 프로와 복기할 때도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승부욕도 또래 어떤 경쟁자보다 강했다. 실수했거나 패했을 때 분을 못 삭여 거칠게 착점하고 씩씩거렸다. 물론 지금은 완전히 고쳤다."

입단 직후 대표팀 육성군서 공부하다가 작년 여름 국대(국가대표) 2조로 승격했다. 현재 신민준 강동윤 안국현 김명훈 등 맹장들 틈에서 부대끼며 중위권을 지키고 있다(1·2조 정원은 각 8명). 최근엔 제4기 '미래의 별' 1차대회 결승에 진출, 송지훈 4단과 23일 우승을 다툰다. 또 선배 기사들의 추천으로 LS그룹 지원 꿈나무 새 멤버에 유일하게 뽑혔다.

이런 박상진의 현 랭킹이 95위란 것은 뜻밖이다. 그나마 만 1년간 최대 상승 폭(59계단)을 기록하기 전인 작년 1월엔 무려 154위였다. 하지만 본인은 "10위권 이하는 누구도 겁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표팀 목진석 감독도 "영재 입단자들은 출발 점수가 낮은 데다 판수도 적어 하위권에 오래 머물 수밖에 없다"며 "노력만 한다면 박상진이 차세대 최고 유망주"라고 인정했다

2018년 40승 24패(다승 21위·승률 24위)를 기록한 박상진은 요즘 인공지능(AI)에 흠뻑 빠졌다. 귀가하면 혼자서 AI를 켜놓고 씨름한다. "인간들로선 생각할 수 없는 착점들이 튀어나와요. 내가 인공지능화돼 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4차원 인간'이 4차원의 인공지능 세계와 결합하면 어떤 괴물로 재탄생할지 궁금해진다.

"저도 언제까지나 영재로 머물 수는 없어요. 진서 형이나 민준이 형과 빨리 라이벌 관계가 되도록 독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박상진에게 신진서는 한 살, 신민준은 두 살 위다. 주위의 관심 어린 눈초리가 부담보다는 힘이 된다고 했다. 헤어질 때 4차원 소년은 기자에게 이런 부탁을 던졌다. "아직은 이룬 게 없어서…. 타이틀 따면 정식으로 인터뷰 한 번 더 해 주세요."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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