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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보건소에 의사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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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의사의무배치법 폐지 검토… 인력배치 효율화 vs 공공의료 공동화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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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동구보건소는 현재 하루 3시간의 단축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정오가 지나면 환자가 찾아와도 진료를 보지 않는다. 지난 2017년 11월 진료의사 중 1명이 개인사정으로 그만 둔 뒤 20번에 걸친 채용공고를 냈지만 충원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광주 동구보건소의 사례는 극단적이다. 하지만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의 의사 구인난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는 아니다. 2~3번의 채용공고는 기본이고, 자격제한을 완화해도 지원하는 이들이 없다시피 하다. 그렇다고 의사 의무배치 규정을 어기고 뽑지 않을 수도 없다.

그 때문인지 최근 도심지나 주변에 민간 의료기관이 많은 지역의 보건소나 보건지소의 진료기능을 없애고, 의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개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최전선에 전라북도가 있다.

강영석 전라북도 보건의료과장은 지난 18일, 공공의료 확대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국립공공의과대학원 설립에 관한 국회토론회에서 공공의대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장기적 대책인 점을 감안해 즉각적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단기대책으로 의사의 의무배치법 개정을 제안했다. 지방정부로 자율권을 부여해 민간 의료기관이 많은 곳의 의무직 공무원(의사)을 지방공공의료원이나 공공성이 요구되는 응급의료기관 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역학조사영역 등으로 배정해 더 많은 의사가 공공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인력배치가 효율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강 과장은 '공공의대를 설립해 10년 후 의사 49명을 배출해도 지금 보건의료체계라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의사가 부족한 필수의료영역에서 활동할 진료인력이 더 요구된다'며 '보건소는 주변 병원이 많은 만큼 예방기능을 강화하고, 병원이 부족한 지소 등에는 급성기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는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역의사회와 보건소 의사, 보건진료소 의사, 건강증진센터 간호사 등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이를 바탕으로 원격진료를 활성화시킬 경우 진료사각지대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법 개정에도 적극 나서는 등 도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행법 상 보건소장 등에 의사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장이 법을 어겨가며 행정관료를 자리에 앉혀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법 개정보다 선행돼야한다는 것이다.

자칫 의사 의무배치 관련법만 개정될 경우 그나마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행정 관료들을 자리에 앉히는 일을 일부나마 차단하고 있는 장벽이 무너지고, 지방의료원이 자칫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공공의료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사들이 공공의료에 뜻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필요성에도 공감한다. 다만 환자를 위하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자체장의 선심성 공약과 착한적자를 인정하지 않는 경영평가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전라북도의 주장에 일단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의료계를 비롯해 보건소 등의 인력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보건소 등의 운영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들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검토해볼 수 있는 의견이라는 것이다.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행안부와 지자체, 복지부가 담당하는 업무가 나뉘어 있어 어디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상반기 중 반드시 관련법을 제정하고 하위법령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공공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세부적인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할 것'이라며 '전라북도의 뜻도 이와 같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쿠키뉴스 오준엽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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