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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성폭력 은폐·비호’ 지목 전명규 “제자 심석희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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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책임 공방으로 번진 ‘빙상계 미투’

젊은빙상인연대 “전 교수가 측근 성폭행 사건 은폐에 관여”

전 “조재범 폭행도 몰라…옥중 편지는 감형하려 거짓 주장”

경향신문

폭로, 그리고 해명 손혜원 의원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젊은빙상인연대와 공동으로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 이 회견 약 3시간 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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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의 용기로 시작된 ‘스포츠계 미투’가 ‘빙상계 대부’로 불린 전명규 한국체육대학 교수(56)의 책임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빙상연대)와 손혜원 의원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추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모든 비위의 배경으로 전 교수를 지목했다. 빙상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증언에 소극적인 이유를 전 교수의 전횡과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과 빙상연대는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이유는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 휘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빙상연대는 “피해 선수들은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면서 “전 교수의 절대적 영향력은 빙상계를 포함한 체육계, 일부 정치인의 비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전 교수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요구했고, 빙상연대는 정부의 체육계 성폭력 전수조사, 한국체대에 대한 감사, 대한체육회 수뇌부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전 교수는 ‘빙상계의 대부’로 불린다. 25세 때인 1987년부터 15년간 빙상 국가대표 코치, 감독 등을 거쳤다.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성과를 바탕으로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지적도 있다. 자신이 교수로 있는 한체대 출신 선수들에게 특혜를 준 반면 자신을 따르지 않는 선수들 ‘죽이기’에 적극적이었다는 의혹도 컸다. 쇼트트랙 스타였던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는 과정에 전 교수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 때문에 2014년 소치 올림픽 이후 빙상연맹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조재범 전 코치의 폭행사태 때 이를 덮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빙상연대와 손 의원은 조 전 코치가 전 교수의 비위 사실을 폭로한 ‘옥중편지’를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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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일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 교수는 “빙상 문제로 국민들께 염려를 드린 점에 깊은 사죄를 전한다”면서 “상습적 성폭행 사실은 정말 알지 못했다. 조재범 코치로부터 형용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한 제자 심석희 선수에게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빙상연대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의혹 제기 배경을 의심했다. 옥중편지에 대해 “조 전 코치가 구속 전에 내게 ‘빙상연대 어떤 사람이 전명규의 비리를 주면 합의서를 써주겠다더라’고 말했다”면서 옥중편지 내용이 조 전 코치가 형을 감면받기 위해 만든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녹취록에 대해서는 “그 친구가 녹취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고 그 파일을 빙상연대 쪽에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는 성폭행 사실을 알기 전이었고, 구속은 과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표현이 과했던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문자메시지 등 성폭력 은폐 증거에 대해서는 “이미 빙상연맹에서 조사해 처리가 된 건”이라고 일축했다.

빙상연대 및 손 의원의 주장과 전 교수의 주장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며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 심석희의 용기 낸 ‘미투’가 빙상계의 해묵은 파벌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빙상연대에서 함께하는 이들 중 다수가 특정 빙상장 소속으로 또 다른 파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전 교수의 반박 기자회견 또한 빙상개혁을 요구하는 빙상연대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물타기’ 성격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빙상연맹 관리위원회는 “2010년 이후 확인된 폭력·성폭력 관련 사건은 3건이었고 모두 처리됐다. 빙상연대가 밝힌 추가 성폭력 사실이 이들에게 해당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용균·윤은용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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