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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포기 밝혔다는데 개원 허가"…제주 영리병원 미스터리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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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허가 전인 지난해 10월 병원측이 道에 시설 인수 문의 / 원지사, 허가 강행… 도민 기만” 공세 / 道 “당시 인수요청 논의 단계 지나” / 병원측 “사업 지연에 직원들 떠나” / 개원 난색… 道 상대 손배소 시사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지난달 개설허가를 받기 전 사업자인 녹지그룹 측의 ‘병원 포기’ 의사가 있었는데도 제주도가 공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허가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병원 측은 의료법이 정한 3월 초까지 개원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일보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전경.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퇴진을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21일 “녹지그룹 측이 영리병원에 대해 사실상 포기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녹지그룹은 병원 개설허가를 받기 전인 지난해 10월 ‘경영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로 도에 병원시설을 인수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건물 신설에 투입한 비용과 각종 의료시설, 인건비 등 경영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제주도에서 병원 인수방안을 최대한 빨리 제시해주거나 제3자를 추천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원희룡 도정이 녹지 국제병원 개설 허가의 불가피성을 매번 강조했다는 점에서 원 지사가 또 한 번 도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라도 제주도는 도민들을 현혹하지 말고 사업계획서 원본 공개와 함께 녹지와 그동안 오갔던 협상의 그 실체적 진실을 도민에게 명명백백하게 고백하라”고 요구했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이날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희룡 도지사가 가압류 상태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허가해 준 사실이 확인됐다”며 “개원허가를 내준 12월5일 당시 녹지국제병원은 가압류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등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회사들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2017년 9월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녹지국제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를 상대로 부동산가압류 소송을 신청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7년 10월25일 가압류 결정을 내렸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개설 허가가 이미 조건부로 나갔으니 병원시설 인수 요청은 논의할 단계가 지났다”며 “병원 측이 이제라도 개원을 바로 해 영업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조건부 개설허가를 발표할 당시인 지난달 5일 “중앙정부나 국가기관이 (병원시설을) 인수해 비영리병원 또는 관련된 시설로 사용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한 방안이었다”며 “이런 방안이 됐으면 당연히 저희가 불허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비영리로의 전환 또는 인수방안을 발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 지사는 당시 “현실적으로 이런 모든 방향은 주체도 없고 담당할 수 있는 재정적, 운영능력, 구체적인 방안이 없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이것을 인수해 전환할 때 비용이나 소요되는 여러 자원은 저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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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은 의료사업 허가를 받았는데도 개원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의료법에 따라 녹지국제병원은 허가를 받은 후 3개월(90일) 이내인 오는 3월4일까지 문을 열고 진료를 개시해야 한다. 병원 문을 열지 않으면 청문회가 열리고 그 결과에 따라 의료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녹지국제병원 측 관계자는 “제주도가 병원을 조속히 지으라고 해서 인력을 채용하고 완공했는데도 개원 허가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병원 포기 의사를 전달했었다”며 “그동안 직원들 상당수가 그만두는 등 당장 개원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제주도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의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5년 12월18일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국내 1호 투자개방형(영리) 병원이다. 2017년 8월 제주도에 개설허가를 신청했고, 제주도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에도 지난달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다.

제주=글·사진 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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