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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알맹이' 쏙 빠진 김영란법…'권한남용' 못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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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이해관계 얽힌 행동 금지한‘이해충돌 방지조항’ 법 제정때 빼 / 손혜원 투기·서영교 재판민원 의혹 / 처벌조항 있었다면 사전예방 가능 / 檢, 孫 수사 착수… 치열한 공방 예고

무소속 손혜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각각 ‘목포 부동산 투기’와 ‘재판 민원’ 의혹은 ‘반쪽짜리’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도입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의원에게 제기된 일련의 의혹은 검찰에서 실체를 가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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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서영교(왼쪽), 무소속 손혜원 의원.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에서 삭제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있었다면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본인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언급한 것만으로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한국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김영란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손 의원 논란과 관련해 거론되는 혐의는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죄,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이다. 주요 쟁점은 문화재청이 피감기관인 상임위 의원으로서 관련 정보를 미리 알았거나 업무에 관여했는지 여부와 조카 등을 동원해 부동산 차명거래를 했는지 등이다.

하지만 현재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만으로는 아직 혐의 여부를 판가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애초 김영란법에 포함됐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용역발주를 하거나 배우자, 자녀 또는 친척을 채용하는 등 이해관계가 얽힌 행동을 말한다. 고위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직무와 관련한 주식을 백지 신탁하거나 해당 상임위를 피하는 게 이해충돌 방지 원칙에 해당한다. 당초 김영란법에 포함됐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2015년 법 제정 당시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이 실현 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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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으로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원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7일 목포 주민이 손 의원 조카 등이 운영하는 ‘창성장’을 가리키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손 의원의 조카와 지인 등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건물을 대거 사들였고 지난해 8월 이 일대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손 의원은 2017년 11월 국회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에게 “목포에 근대 문화재 목조주택이 그대로 있다. 심의해서 문화재청이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21일 이와 관련해 “손 의원이 자신과 관련한 사안을 국회에서 언급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며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이 문화재 지정이 된 만큼 김영란법에 이해충돌 조항이 있었다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동대표도 “이해충돌 방지법이 만들어졌다면 고위공직자들이 처신을 조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도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문화재 지정을 위해 국회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부동산을 구입했으니 이익충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저희가 공직자 윤리라고 생각하는 이해충돌에 대해 (손 의원이)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손 의원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 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고 이날 밝혔다.

이현미·이창훈·남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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