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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속 빈 강정’ 박물관만 5000곳…中 관료 ‘성과 과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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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방 관료들이 의욕적으로 많은 박물관을 건립해왔지만 그 중 대부분이 성과 보여주기식으로 만들어져 내실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일(현지 시각) 중국의 박물관 숫자가 약 5100곳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관료들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지어져 지역사회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하얀 코끼리(쓸모는 없으면서 유지 관리에는 거액이 들어가는 시설)’가 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중국의 박물관 숫자는 약 5100곳에 이르지만 그 중 대부분이 지방관료의 성과 보여주기식으로 지어져 내실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화통신


중국의 박물관은 1978년에는 349곳에 불과했지만 40년 만에 5100곳 이상으로 늘었다. 3일에 하나씩 새로 지어진 셈이다. 역사·미술·민속문화·자연·과학 등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들이 우후죽순으로 건립됐다.

지난해 중국 전체 박물관 방문 숫자는 총 10억회에 이르지만, 방문객의 절대 다수는 몇몇 상위권 박물관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박물관은 건물만 지었을 뿐 제대로 된 전시품도 없고 방문객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렉사 리 뉴욕대학교 상하이캠퍼스 중국학 교수는 "방문객이 오면 스태프들이 따라다니면서 조명을 켜고 상영 시설을 작동할 정도"라며 "미술관 큐레이터들도 쥐꼬리만한 전시품에 한탄했다"고 말했다. 성과에 집착하는 관료들이 박물관 건물은 화려하게 짓지만 내실에는 관심이 없어 방치되는 박물관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관광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 하에 도시재생사업을 장려하고 있다. ‘모든 마을이 자체 박물관을 적어도 하나씩 보유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지역개발 예산 중 박물관 건립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중국 정부는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박물관의 90%를 공짜 입장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공짜 입장으로 인한 손실분을 메꾸기 위해 중국 정부는 매년 30억위안(약 5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황청유 난카이대학 박물관학 교수는 "지방 관료 주도로 지어진 박물관 대부분은 장기 계획이 부족하고 방문객을 끌어들일 예산도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모든 마을이 전시할만한 문화나 역사적 자산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가난에 시달리는 지방 마을에 박물관을 찾을 사람이 있겠는가"라고도 말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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