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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삼성·LG 납품 日콘덴서 제조사들 기소…10여년간 7800억대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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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일본케미콘 등…한국시장 절반 이상 점유

공정거래법 위반 최대 2억…공소시효 열흘 전 구형

뉴스1

서울중앙지검. 2018.3.1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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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검찰이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의 필수부품인 콘덴서를 국내 대기업에 수출해온 일본 제조사들이 국제카르텔을 형성해 10여년간 담합, 부당이득을 챙겨온 사실을 파악하고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일본 국적의 콘덴서 제조업체 일본케미콘·비쉐이폴리텍·마츠오전기·엘나가 한국기업을 상대로 7800억원대 가격담합을 벌여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4개사와 일본케미콘 임원 1명을 지난 15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콘덴서는 휴대전화, TV, 컴퓨터 등 주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부품이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세계 콘덴서 시장의 규모는 약 18조원이며, 그 중에서도 일본케미콘은 전세계 알루미늄 콘덴서 시장의 약 17%를 차지하는 점유율 1위 회사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0년 7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콘덴서의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결정·유지해 담합하는 부당공동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삼성, LG 등에 납품해 온 일본 콘덴서 제조회사들은 한국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담합을 벌인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의 고품질 알루미늄 콘덴서 시장규모는 약 5152억원으로 이중 일본제품이 약 355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의 고품질 탄탈 콘덴서 시장규모는 약 2조3527억원이며 이중 일본제품은 약 1조 가량 차지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일본 기업들이 지금까지 가격 담합을 통해 한국에 수출한 콘덴서는 알루미늄 콘덴서 약 2366억원, 탄탈 콘덴서 약 5498억원으로 총 786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검찰은 알루미늄 콘텐서 공급가격을 담합한 일본케미컬에 대해서는 법정최고형인 2억원, 엘나에 대해서는 1억원, 일본케미컬 임원에는 2000만원을 구형했다. 탄탈 콘덴서 공급가격을 담합한 마츠오전기, 비쉐이폴리텍에 대해서는 각기 5000만원을 구형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공정위 단계에서는 한국 로펌 등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본국 변호사와 통역의 참여를 절차적으로 보장받으면서 본사 고위 임원이 직접 출석해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이들이 혐의 일체를 자백하고 재발방지서약도 하자 검찰은 이같은 정황을 고려, 범행기간과 가담 정도 등을 반영해 법정최고형을 포함한 구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10월 조사에 착수, 지난해 10월 일본국적 9개 제조사에 가격담합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60억9500만원을 부과했다. 9개사 중 일본케미콘·비쉐이폴리텍·마츠오전기·엘나 4개사와 일본케미컬 임원 1명은 공소시효를 3개월 남기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공정위 고발 이후 신속히 조사한 끝에 공소시효 만료일인 24일이 되기 전 피고발인 전원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임검사 뿐 아니라 부장검사, 수사관 등 수사인력을 집중투입해 3개월 만에 세계 1위 콘덴서제조업체 등 글로벌 기업이 담합해 한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실체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격담합은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지만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경우 처벌할 수 있다. 국제카르텔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기소하는 것은 지난 2015년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의 소형베어링 국제카르텔 최초 기소 후 역대 4번째다. 특히 이번 건의 경우 EU,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제재가 이뤄졌으나 관련 기업들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한국과 미국 검찰(DOJ)이 유일하다.

검찰 측은 이번 수사를 마치고 "중대 카르텔 범죄에 대한 공정거래법 법정형을 향하고, 특경법 및 특가법과의 포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미국 법정최고형은 징역10년에 벌금 1억 달러에 달하지만 한국은 징역 3년, 벌금 2억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미국 검찰은 일본케미콘사에 벌금 6000만 달러를 부과하고 관련사 임직원을 다수 기소하며 실형을 복역토록 했다.

아울러 검찰은 공정위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의 고발이 급증한 지난해 상반기 담합 고발 24건 중 시효가 6개월 미만인 건이 19건에 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 단계에서 알루미늄 콘덴서 3개사와 탄탈 콘덴서 4개사의 경우 공소시효를 도과시켜 고발하지 못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공정위와 검찰이 리니언시 등 형사집행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mainta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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