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두달만에 확 바뀐 이주열,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 끌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4일 금통위, 잇단 경기우려 발언 …일부선 금리인상 ‘실기론’ 비판
성장률 인하 확률 커져…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 28.8% 급감

올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사흘 앞두고 금리인상 깜빡이가 꺼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17년 6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지 1년 반 만이며, 금리인상을 단행한 지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금리 동결론'에 불을 지핀 것도 다름 아닌 이주열 총재다. 올들어 경기에 대한 평가를 뒤집는 발언이 수 차례 나왔다. 그 사이 세계 성장세 둔화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동결론에 힘이 더 실렸다.

◇금리인상 '용두사미' 논란일듯…일부선 인하 가능성도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이 확실시된 가운데 이 총재가 어떤 발언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몇몇 국내외 기관은 한국은행이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해외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고 국내 경기가 더 악화된다는 전제로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만 해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로 경기판단을 유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성장 잠재력의 약화, 통화정책 완화기조 등을 언급했고,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물가가 생각보다 더 낮아질 것", "여건이 녹록지 않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가) 지난해 내내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을 언급했지만 신년사를 비롯해 올해 들어 공식 발언에서 이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며 "시장관계자들은 이를 큰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조선일보DB



이 총재의 발언은 대내외여건에는 부합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조절을 시사하고 유로존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전망도 힘을 잃은 상황이다. 중국인민은행도 지급준비율 인하 등 돈풀기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린지 채 두 달도 안된 상황에서 금리 동결 및 인하 전망이 나오고 있어 작년말 금리인상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실기론'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총재는 2017년 6월 금리인상 신호를 준 뒤 그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1년간 금리를 동결하다 지난해 11월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는 이미 팽배했지만 한미간 금리격차 확대에 떠밀리듯 올린 분위기였다. 이때 경기부진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 '금리인상 명분쌓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경기가 좋지 않아 인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실기한 측면에 있다"고 전했다.

조선비즈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에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조선일보DB



◇'반도체 쇼크'에 성장률 하향조정 전망

한은이 지난해 10월 제시했던 올해와 내년 연 2.7%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금통위 이틀 전인 22일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한다. 4분기 성장률이 0.8%를 넘어야 지난해 연간 성장률 2.7%를 달성할 수 있지만 확률은 높지 않다. 일각에서 3분기(0.6%)보다 낮은 수준도 예상한다.

올해 성장률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마이너스를 보이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20일 수출은 257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6%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수출의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반도체가 28.8% 급감해 품목별 감소폭이 가장 컸다. 그간 내수부진을 수출이 상쇄하며 성장세를 이끌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부진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3분기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7%포인트인 반면 소비·투자 등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3%포인트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여건이 작년보다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여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정부가 대규모 재정투입을 약속한 상황에서 일부 수치 개선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은 1.7%에서 1.6%로 하향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국제유가가 연말부터 급격하게 하락한 영향이다. 이 총재도 연초 "올해 물가상승률은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물가 전망치 하향조정을 시사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