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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북한 여성 패션에 ‘하이힐’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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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형형색색의 현대식 패션 목격…우아한 여성스러움 강조한 디자인 돋보여

아시아경제

(사진=트위터 @AlekSig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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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북한에 유학 중인 한 호주 청년이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올린 칼럼 형식의 글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외부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북한 여성들의 패션을 소개한 글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평양 소재 김일성대학 대학원에서 조선문학을 전공하는 알렉 시글리다.

시글리는 최근 몇 권의 북한 패션잡지를 손에 넣었다. 사실 북한의 패션잡지는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장소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잡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는 북한 주민의 일상과 패션문화를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요즘 북한을 방문하면 평양 등 도시의 거리에서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현대식 패션이 목격되곤 한다고 시글리는 소개했다. 이는 특히 여성들 옷에서 두드러진다.

그가 소개한 패션잡지는 북한 내각 중앙 행정기관인 식료일용공업성(지난해 2월 지방공업성으로 개칭) 산하 피복연구소에서 발간한 것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주민 패션을 인민복으로 제한했다. '규찰대'가 복장을 단속하곤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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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는 4계절 옷 소개와 "옷에 피가 묻었을 때", "양복 치마는 어떻게 다려야 하는가" 등 '상식' 코너로 이뤄져 있다.

먼저 '봄 양복'란을 보면 여성 의류가 마치 샤넬 패션 같다. 몸에 짝 달라붙는 재킷과 스커트, 우아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이에 어울리는 핸드백 사진도 실려 있다. 핸드백 역시 루이뷔통이나 구치 제품 못지 않게 우아하다.

특히 하이힐이 눈에 띈다. 사실 하이힐은 북한 여성 패션에서 필수품이다. 시글리는 사무직 여성에서부터 여성 보안요원에 이르기까지 하이힐 신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리본을 모티브로 한 장식까지 달린 핸드백과 하이힐도 있다.

몇몇 모델의 사진은 포토샵 처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포토샵한 사진은 외부 출처에서 가져온 것이라 좀더 북한 여성처럼 보이도록 손댄 것 같다는 게 시글리의 추정이다.

잡지에서 T셔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후드나 지퍼가 달린 옷 역시 거의 없다. 잡지에는 평양에서조차 보기 힘든 매우 밝은 핑크빛 코트와 오렌지색 블레이저까지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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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들은 겨울이면 칼라가 모피로 된 외투를 즐겨 입는다. 잡지에는 북한 거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매우 현대적인 디자인의 모피도 올라와 있다.

스포츠웨어의 색상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수영복 코너가 있는데 비키니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아직 맞춤복을 찾는 사람이 많다. 시글리에 따르면 평양의 거리거리마다 맞춤 양복점이 자리잡고 있다. 북한 사람들이 맞춤복을 즐겨 찾는 것은 몸에 딱 맞는데다 자기 기호에 따라 디자인이나 옷감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글리에 따르면 놀라운 것은 맞춤복 값이 싸다는 점이다. 게다가 재단사의 실력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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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글리는 잡지의 인쇄와 제본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전면 컬러 인쇄다.

북한의 남녀 의류 대부분에서 여전히 사회주의ㆍ군사문화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잡지에서는 이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모델 가운데 김일성 배지를 단 이는 없다.

시글리는 북한 당국이 청바지, 노출 심한 옷, 기이한 옷, 글씨나 얼굴로 도배된 옷을 금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잡지에 소개된 일부 의상은 복고풍이다. 1990년대 중국의 여성 패션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시글리는 북한 사람들 기준에서 보면 최첨단 현대식 의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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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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