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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통업계 배송전쟁
30분 내 `퀵배송`…밤에 주문하면 새벽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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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 모 씨는 밤늦게 아이를 재우고 나면 곧장 스마트폰부터 켠다. ‘마켓컬리’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다음 날 필요한 채소, 과일, 불고기 등 온갖 식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한다. 잠자리에 든 후 아침 일찍 현관문을 열어보면 신기하게도 구매한 제품이 모두 배송돼 있다. 이 씨는 “신선식품 앱을 활용하면 굳이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배송 시간이 더 짧은 업체도 많다 하니 다른 앱도 활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유통가 배송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온라인, 모바일에 이어 오프라인 유통업체까지 ‘즉시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유통업계 화두가 ‘가격’에서 ‘배송 서비스’로 바뀌는 와중이다.

롯데마트는 이르면 2월부터 ‘30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면 3시간 이내에 배송해줬지만 배송 시간을 확 앞당겼다. 고객이 롯데마트 웹사이트로 신선·가공식품을 주문하면 담당자가 물류센터에서 해당 제품을 모아 오토바이로 30분 이내에 배송한다. 30분 배송은 유통업계 최단 시간이라 주목을 끈다. 서울 일부 지역에 서비스를 도입한 뒤 순차적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마트도 지난해 5월 새벽배송 서비스 ‘쓱배송 굿모닝’을 시작했다. 이마트몰을 통해 전날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6~9시 또는 7~10시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 홈플러스는 개별 점포를 자체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배송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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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뿐 아니라 화장품 편집숍, 편의점 등도 즉시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헬스&뷰티스토어 올리브영은 공식 온라인몰, 모바일 앱에서 제품을 주문할 경우 3시간 내에 가까운 올리브영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 주소지 근처 매장으로 바로 배송해주는 것이 강점이다. 배달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협업해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늘드림 서비스 지역은 서울에서 부산, 광주 등 지방 광역시로 점차 확대된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너도나도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온라인 업체가 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을 대거 끌어가면서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온라인 배송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소셜커머스 쿠팡이다. 2014년 일찌감치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배송경쟁 포문을 열었다. 로켓배송은 자정까지 물품을 구매하면 다음 날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쿠팡 로켓배송이 인기를 끌면서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앞세운 업체가 대거 등장했다.

2015년 등장한 프리미엄 푸드마켓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대표주자로 꼽힌다. ‘샛별배송’을 통해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집 앞으로 배송해준다. 냉동, 냉장, 상온으로 분리해 포장하고 냉장차량으로 문 앞까지 신선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배송상품만 4000개가 넘고 하루 평균 주문량은 1만2000건에 달한다. 새벽배송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마켓컬리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첫해인 2015년 매출이 29억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174억원, 2017년 465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도 어느새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음식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주문한 물건을 1시간 내에 배달해주는 ‘배민마켓’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면 배달원이 물류창고에서 주문한 물건을 찾아 배달해준다. 아직까지는 시범 서비스라 서울 송파구에서만 주문이 가능하다.

후발주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쿠팡도 로켓배송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1만9800원 이상 구입해야 가능했던 로켓배송 상품 최소 주문 한도를 없앴다. 단돈 몇천원짜리 저가 상품 1개라도 얼마든지 로켓배송이 가능해졌다.

이뿐 아니다. 오전 9시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가져다주는 ‘당일배송 서비스’, 전날 자정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보내주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도 도입했다. 쿠팡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클럽’에 가입하면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지 두 달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쿠팡 관계자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를 서울, 수도권에 이어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새벽배송 상품도 식품을 넘어 일반 상품까지 계속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유통사마다 배송경쟁에 사활을 거는 것은 그만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는 덕분이다. 닐슨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까지만 해도 100억원대였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8년 4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데다 그날그날 필요한 물품만 소량 구입해 소비하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당분간 즉시배송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물건 품질, 가격이 비슷해지면서 배송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유통업계 최대 화두”라고 전했다.

다만 유통업계 배송 출혈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적잖다. 우아한형제들 자회사 ‘우아한신선들’은 올 2월 28일 ‘모바일 반찬 가게’ 배민찬 서비스를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때 새벽배송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대형 유통업체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쿠팡 로켓배송을 둘러싸고 쿠팡맨 처우 논란, 배송 지연 등 각종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쿠팡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면서 쿠팡맨 수가 많이 줄었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임시 배달원을 대거 고용했다. 이를 활용해 지난해 8월 ‘쿠팡 플렉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루 단위로 고용된 일반인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쿠팡 직배송을 하는 서비스라 점차 로켓배송 품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은 로켓배송 부담에 수년간 영업적자를 내면서 누적 영업손실만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 인프라 확충을 위한 출혈경쟁이 치열해 머지않아 상위 몇 개 업체만 살아남을 수도 있다”고 꼬집는다.

해외서도 즉시배송 인기

美·中 자율주행·드론배송 경쟁 뜨거워

해외에서도 즉시배송 서비스가 인기몰이 중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미국 아마존은 유료 회원에게 2시간 내 물건을 배송해주는 ‘프라임 나우’를 선보였다. 중국에도 즉시배송 서비스 업체가 꽤 많다. 알리바바는 2016년 오프라인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셩’ 주변 3㎞ 지역에서 30분 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사 징둥닷컴도 비슷한 개념의 ‘세븐프레시’ 매장을 열고 30분 배송 서비스로 맞불을 놨다.

유통업계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머지않아 자율주행, 드론배송 등 신개념 배송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미국 유통업체 크로거는 최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프라이스푸드’ 점포에서 무인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업체 뉴로와 함께 평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무인 자율주행차로 당일배송, 익일배송을 하기로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자율주행 배달 시장은 일종의 ‘블루오션’이다. 미국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음식배달 앱 ‘도어대시’와 손잡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음식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앞서 포드도 도미노피자와 피자배달 자율주행 서비스 파트너십을 맺었다.

드론배송 경쟁도 뜨겁다.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무인기 운영 자회사 ‘윙(Wing)’은 최근 호주에서 드론배송 시험 서비스에 나섰다. 커피, 의약품 등 5만5000여개의 주문 물건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징둥닷컴도 수백㎏ 물건을 운반하는 대형 드론 시험 비행을 마쳤다. 아마존도 드론배송 회사 ‘프라임에어’를 설립하고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시험 비행 등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자율주행, 드론 기술과 접목할 정도로 배송 서비스가 진화했지만 국내에서는 갈 길이 멀다.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규제가 풀리고 관련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효과를 볼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분석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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