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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일 ‘레이더-초계기 갈등’ 벌써한달…기름 더 붓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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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the300]일본 “새 증거 공개” vs 한국 “부정확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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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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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조사(照射·비춤)와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출구 없는 갈등이 21일로 벌써 한 달째가 됐다.

한일 군당국간 화상회의와 대면회의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이번주 ‘새로운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에 더 기름을 끼얹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일본 방위성은 새로운 증거로 자국 해상초계기(P-1)가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를 탐지하고 낸 경보음(RWR)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일본이 공개하겠다는 경고음이 광개토대왕함에서 조사받았다는 시점의 경고음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부정확한 경고음을 공개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일시·방위·주파수 특성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인도적 구조활동을 진행 중인 광개토대왕함에 대해 지속적인 저공 위협비행을 한 이유와 그토록 위험한 레이더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즉시 회피기동을 했어야 함에도 여유 있게 비행을 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 총리까지 가세하며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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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이세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새 일왕이 즉위하는 5월1일보다 한 달 앞선 4월1일 새 연호를 확정해 공포하겠다고 밝혔다. 2019.01.04.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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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갈등은 지난달 21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기자회견을 열어 “20일 오후 3시 무렵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인근 해상에서 한국 해군 구축함이 경계·감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자위대 P-1 초계기를 사격통제레이더로 조준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해군 광개토대왕함은 당시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조난된 북한 선박의 수색과정에서 탐색레이더를 가동했다. 이때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500m 거리까지 접근했고, 이를 식별하기 위해 피아식별장치와 광학추적장비를 초계기 쪽으로 돌렸다.

이와 관련, 이와야 방위상은 “이는 무기사용 직전에 실시하는 행동으로,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일본 측에 오해가 없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며 조용히 진화하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한일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한일 군당국은 지난달 27일 실무급 화상회의를 진행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28일 홈페이지에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한 사격통제레이더 조사 사안'이라는 영상을 공개하며 사태를 키웠다. 새해 들어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가세했다.

국방부는 ‘소극적 대응’에 대한 국내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4일 일본 주장에 대한 반박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본격적인 여론전을 시작했다. 한글·영어자막 영상과 함께 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어·아랍어 등 총 8개 언어로 영상을 제작했다.

국방부가 올린 반박 영상에는 양국 네티즌 사이의 팽팽한 댓글공방이 벌어졌다. 이들의 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갈등 빌미로 한국군 '기밀정보' 빼내려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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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 방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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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소의 핵심은 P-1 초계기가 받았다는 주파수 기록을 일본이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군사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4일 싱가포르 실무협의에서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정보 전체를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우리 측은 즉각 거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고급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사격통제레이더의 주파수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일본 측 요구사항은 굉장히 무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측은 일본 초계기가 ▲함선으로 향하는 비행 ▲공격모의 비행 ▲함선 선수쪽으로 횡단하는 비행 등 3가지 근거를 대며 저공 위협비행 한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국방부가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고도 150m 부근에서 ‘8자형 기동’을 했다. 8자형 기동은 적을 집중 감시할 때 사용하는 기동법이다.

보통 사격통제레이더에 포착된 타깃은 상대 화력범위에 들어간 것을 식별해 즉각 회피기동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일본 측은 관례적으로 비행했을 뿐 위협비행은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우리 측은 또 일본 초계기가 탐지한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주파수를 받아 제3의 전문가들을 통해 투명하게 검증하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국 무관 초치하며 강대강 대결…미국 중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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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AP/뉴시스】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오른쪽)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이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에 들어가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19.01.17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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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성은 지난 16일 주일 한국대사관의 무관을 초치(招致)했다. 이에 국방부는 바로 다음날인 17일 와타나베 타츠야 일본 해상자위대 무관(대령)을 초치해 1시간가량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일본은 이번 갈등을 한일 양자 보다는 미국의 중재로 풀겠다는 생각이다. 이와야 방위상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과 회담을 갖고 레이더 문제에 대한 미국의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구도 유지를 위해 한일갈등을 조정해온 사례가 많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나 2016년 11월 군사정보보호 협정 체결 당시 미국의 중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미국은 이번 레이더 사안에 대해선 일본의 중재 요청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문제 등에 깊숙이 관여했던 오바마정부 때와 달리 트럼프정부는 한일 양국의 문제에 개입을 꺼리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반도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은 한미-한미일-미일 공조에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한일 외교장관급에서 갈등이 봉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22~25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참석하는 가운데, 포럼 계기에 두 장관이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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