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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엄마는 떠났지만 생명을 남겼다"…장기기증자는 2년째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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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자조 모임 모습. 한국 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013년부터 기증자 예우사업의 일환으로 년 3~4회 가량 자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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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베풀기를 좋아했던 아내였어요. 하늘에서 ‘잘했다’고 말해 줄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 충남 아산시에 사는 성모(47)씨는 아내 A(41)씨의 뇌사 판정 소식을 들었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은 온 가족을 충격에 빠트렸다. 병원 측은 깨어날 가능성이 없다며 장기조직을 기증할 것인지 물었다. A씨의 남편 성씨는 1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쉽지 않았지만 생전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떠올랐다”며 기증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자영업자인 성씨는 아내를 “마음 따뜻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영업장을 찾아오는 거래처 직원, 손님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건네려 애쓰던 A씨였다. 아내는 사회 취약층에 대한 봉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2015년부터 부부가 함께 봉사 모임에 나갔다. 아내는 성씨와 함께 결손가정 청소 도우미, 요양원 봉사 등 자리만 있으면 마다치 않고 활동에 참여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이 된 딸과 아들도 아내를 닮아갔다. 특히 딸은 부부가 봉사활동을 나가면 쿠키와 빵을 만들어 부모님의 손에 쥐어줬다.

이런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뇌사 판정 뒤 성씨는 처남과 아이들에게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성씨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우리 마음처럼 누군가는 가족을 살리고 싶어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두 자녀 역시 “엄마는 떠나도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세상에 남았으면 좋겠다”며 뜻을 모았다.

결국 A씨의 따뜻한 마음은 장기기증으로 세상에 남았다. A씨는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폐장과 좌·우측 신장을 기증하고 15일 숨을 거뒀다. A씨가 기증한 장기로 세 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발인은 17일 오전 9시 천안 추모공원에서 진행했다. 한국 장기조직기증원 사회복지사가 가족관리 서비스를 진행했고, 보건복지부는 장관 명의로 화환을 보냈다. 성씨는 “이런 일과 맞닥뜨리기 전에는 저 역시 장기기증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기증이 고인의 몸을 훼손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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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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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2005년 91명이던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16년 57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조직기증자 수도 49명에서 28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증가세가 꺾였다. 515명(뇌사 장기기증자), 128명(조직기증자)으로 전년도보다 각각 58명, 157명 줄어들더니 지난해도 449명, 115명으로 2년 연속 하락했다. 반면 장기이식 누적 대기자 수는 2015년 2만7444명에서 2017년 3만4187명으로 늘었다.

장경숙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홍보부장은 “아파서 수술할 때 신체를 훼손한다고 생각지 않는데 장기조직 기증에는 아직 이같은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인식 개선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캠페인이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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