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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이언스 카페] 가습기·임플란트에 세균 못 달라붙게 할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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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해조류의 표면 구조를 모방해 가습기 내부에 인체에 해로운 박테리아(세균)들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같은 방법으로 선박에 따개비 같은 해양 생물들이 달라붙거나 인공 관절, 치아 임플란트에 노폐물이 흡착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의 정훈의 교수 연구진은 20일 "해조류 표면처럼 뾰족한 바늘들이 무수히 나 있어 박테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필름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ACS 매크로 레터스' 1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조선비즈

해조류를 모방한 항균(抗菌) 필름의 미세 돌기에 찔려 죽은 박테리아(파란색)와 사멸 예정인 박테리아(연두색)의 전자현미경 사진. /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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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의 교수는 "파래 같은 해조류의 표면을 보면 미세 돌기들이 나 있어 박테리아들이 달라붙지 못한다"며 "이를 본떠 인체에 해가 없는 소재로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돌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대장균과 바실루스균이 미세 돌기에 찔려 세포벽이 손상되고 결국 죽는 것을 확인했다.

해조류의 미세 돌기를 모방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실리콘이나 금속같이 딱딱한 소재를 이용해 곡면 구조에는 적용하기 힘들었다. 연구진은 잘 휘어지는 고분자 물질로 돌기를 만들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진은 또 물 분자를 끌어당기는 물질로 미세 돌기의 표면을 코팅했다. 이러면 돌기 위에 물막이 형성돼 박테리아의 접근이 더 어려워진다. 돌기에 찔려 죽은 박테리아들도 바로 물에 씻겨 나간다. 미세 돌기만 있으면 찔려 죽은 박테리아 사체가 쌓여 항균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정훈의 교수는 "미세 돌기와 물막으로 이중(二重)의 박테리아 차단막을 형성한 것"이라며 "기업들과 일상용품, 의료 기구, 선박 등에 모두 쓸 범용 기술로 상용화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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