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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변호사들의 첫 파업… 이유는 '정년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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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구조公 변호사 노조 "임기제 도입 반대" 25일부터 파업 돌입

민변출신 이사장 "고비용 심각"… 노조 "계약직으로 소모품 전락"

조선일보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들이 오는 25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공공기관 소속 변호사들이 단체로 파업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률구조공단은 취약 계층에 대한 무료 법률 지원을 하는 곳이다.

이 공단에는 변호사 141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공단의 변호사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91명이다. 이들 중 75명은 지난 18일 단체 파업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찬반 투표를 벌여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파업은 오는 25일부터 시작된다. 이날은 노조에 가입한 변호사 전원이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 앞에 모여 일과 시간 내내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 이후에도 노조원 전원이 파업하거나 일부 인원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파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변호사 노조원 전부가 파업하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돼 파업 규모와 방식을 어떻게 할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공단 변호사들이 들고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변호사 임기제'다. 이 공단 조상희 이사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한 뒤부터 추진하는 제도다. 조 이사장은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다. 임기제를 도입하면 앞으로 이 공단에 입사하는 변호사들은 최초 5년만 근무 보장이 된다. 이후 심사를 거쳐 3년 근로 기간이 연장되고, 또 심사를 거쳐 3년 더 근무하게 된다. 최장 11년간 공단 변호사로 일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한 번 입사하면 정년(만65세)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었다.

공단은 "소속 변호사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고 있다. 이 공단 변호사들은 임금 체불 등 그리 복잡하지 않은 사건을 주로 맡는데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로스쿨 도입으로 한 해에 수천명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다. 임기제를 통해 더 많은 젊은 변호사가 공단에서 일할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변호사 노조는 "공단이 소속 변호사들을 사실상 계약직으로 전환해 소모품으로 만들고 있다"며 "공단이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단이 올해 변호사 5명을 더 늘릴 수 있는 예산을 지원받았는데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며 "(임기제 도입을 위해) 결원 보충도 제대로 하지 않아 업무 차질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단체 파업에 들어갈 경우 그 피해가 취약 계층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억울한 피해를 봐도 법을 모르고 돈이 없어 소송을 못 내는 사람들을 돕는 공단 변호사들이 짧지 않은 기간 일제히 자리를 비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단 소속 변호사 1명은 연간 평균 400건의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에도 소속 변호사와 송사(訟事)를 치렀다. 공단의 한 변호사는 "공단 지부장으로 근무했는데 직제상 하위 기관인 지방 출장소로 발령낸 건 이사장의 찍어내기 인사"라며 소송을 내 이겼다.

[박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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