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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여성 대선후보들 최다 출사표… '마초' 트럼프가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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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여성비하 등에 반발, 민주당 경선에 5명 이상 도전

조선일보

워런, 개버드, 질리브랜드


오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가 될 민주당 후보 경선에 여성이 5명 이상 도전,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비하와 마초적 국정 운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 운동에 따른 변화로 해석된다.

20일 현재까지 민주당 경선에 여성 3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69·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털시 개버드(37·하와이) 하원의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52·뉴욕) 상원의원이 차례로 출사표를 던졌다. 앞으로 카멀라 해리스(54·캘리포니아)·에이미 클로버샤(58·미네소타) 상원의원도 경선판에 뛰어들 전망이다.

야권에서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77·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 등 후보군이 20~30명 거론되는 가운데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여성이 최소 5명 뛰어드는 셈이다. 이는 전례 없는 현상이다. 3년 전 힐러리 클린턴이 사상 첫 여성 대선후보로 선출될 때도 당내 여성 경쟁자는 전무했다.

이번 여성 주자들은 면면이 화려한 이력과 대중 인지도를 자랑한다. 특히 '반(反)트럼프 연대의 최전선'이란 점을 공통으로 내세운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 워런 의원은 진보 경제·사회 정책의 대명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포카혼타스(원주민 혈통)'란 조롱에 유전자 검사로 맞섰다. 변호사 출신 질리브랜드는 힐러리 클린턴의 뉴욕 지역구를 물려받은 인물로, 군대 내 동성애 허용과 정치권 내 성폭력 고발에 앞장서온 투사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출신이자 인도계·흑인 혼혈인 카멀라 해리스, 검사 출신인 3선의 클로버샤도 탄탄한 의정 실력이 입증됐다. 최연소인 털시 개버드는 군 출신에 뛰어난 연설 능력으로 '여자 오바마'로 불린다.

트럼프에 맞선 민주당발 여풍(女風)의 위력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입증됐다. 상원 25명, 하원 102명 입성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미 '최후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여성의 성공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대선은 당내 경선이나 의회 선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2016년 힐러리의 충격적인 패배 후 많은 반성을 해왔고, 2020년 또 여성 후보를 내세울 것이냐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언론들도 "여성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트럼프보다 힐러리"(워싱턴포스트), "민주당은 아직 힐러리란 유령과 싸우고 있다"(폴리티코)고 평가한다. 워런이나 질리브랜드엔 벌써 '제2의 힐러리' 같은 꼬리표가 붙고 있다. 가디언은 "강한 권력욕과 지성, 냉철함이 요구되는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여성이 이를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했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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