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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마케도니아는 그리스"…그리스서 국호변경 합의 반발 6만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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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곤봉·최루탄 난무하며 폭력 점철…"경찰 10여명 부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웃 나라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변경 합의안에 뿔난 그리스인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나오면서 아테네에서 근래 최대 규모의 시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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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와의 국호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0일 아테네 중심가에 위치한 그리스 의회 앞을 가득 메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케도니아의 국호가 '북마케도니아'로 바뀌는 것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20일(현지시간) 신타그마 광장 등 아테네 중심가에서 이에 반발하는 인파 약 6만명(경찰 추산)이 운집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날 시위의 규모가 구제금융 기간 빈번히 열린 긴축 반대 대형 집회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그리스 국기가 곳곳에서 물결 친 이날 집회에는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개정 합의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가장 높은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원정 온 사람들도 상당 수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케도니아는 그리스"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한 이들은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이웃 나라의 바뀐 국호에 들어가는 이상 어떤 합의안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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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는 그리스'
(아테네 로이터=연합뉴스)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개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위대가 20일 아테네 중심가에서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다. 시위대 뒤로 '마케도니아는 그리스'라는 현수막이 선명하다.



일부 참가자들은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을 공격했고, 경찰은 이에 맞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등 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과열 양상을 띄었다. 이 과정에서 진압 경찰 10여 명이 부상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시위가 폭력으로 얼룩진 것은 '황금새벽당' 등 극우정치 세력이 조직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마케도니아와 그리스는 작년 6월 마케도니아가 이름을 '북마케도니아'로 고치는 대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더 이상 반대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한 바 있다.

마케도니아 의회가 국호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비준하는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공을 넘겨받은 그리스 의회는 21일부터 합의안 비준을 둘러싼 토론에 착수하고, 늦어도 오는 25일까지는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의 주도로 도출된 이 합의안은 양국 모두에서 상당한 반발에 부닥쳤으나, EU와 나토 가입이라는 명분에 힘이 실린 덕분에 마케도니아에서 먼저 헌법 개정안 승인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

그리스에서는 연립정부의 한 축인 우파 그리스독립당을 이끄는 파노스 카네노스 국방부 장관이 합의안에 대한 반대로 지난 13일 전격 사퇴했고, 이에 따라 연정이 붕괴해 치프라스 총리가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위기 돌파를 위해 불신임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과반 의석보다 1석 많은 151표로 불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살아남으면서 마케도니아와의 합의안의 의회 통과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한편, 마케도니아를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의 약자를 따 'FYROM'으로 칭하고 있는 그리스는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마케도니아가 독립한 뒤 국호 문제로 30년 가까이 서로 대립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알렉산더 대왕에 대한 자부심이 큰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이웃 나라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로이터제공]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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