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서소문 포럼] 재단이 하면 모두 공익을 위한 것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남편이 문화재단 이사장인 손혜원 의원, 문체위서 활동

국회의원과 비영리재단의 직무 연관성 검증 강화해야

중앙일보

김원배 사회팀장


“저는 재단에서 구입을 한 것입니다. 재단은 공공재입니다. 팔 수가 없는 거예요.”

목포 구도심 땅 매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손혜원 의원이 18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한 말이다. 개인 명의가 아닌 재단이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목포 구도심 땅 매입은 손 의원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을 통해 이뤄졌다. 목적은 서울에 있는 나전칠기박물관을 이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재단은 공예문화 진흥을 목적으로 2014년 10월 설립됐다. 재단법인 등기부 등본과 손 의원의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설립 당시 자산 3000만원은 손 의원이 출연했다. 이사였던 손 의원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뒤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현재 재단엔 11명의 이사가 있지만 대표권이 있는 이사는 손 의원의 남편이 유일하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지만 재단 일은 손 의원이 좌지우지한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 재단에 요청해 목포 부지 매입에 나서게 했고 지난해 3월 필요한 자금을 대출까지 받아서 제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법을 보면 재단법인은 재산을 출연한 설립자가 정관을 작성해 기명날인하도록 하고 있다. 재단의 목적과 사업엔 설립자의 개인적 관심이나 생각이 상당 부분 담길 수밖에 없다. 재산상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아도 개인의 취향과 관심이 공익으로 포장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공익’을 표방하는 여러 재단이 실제로는 설립자 일가의 사익 추구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여러 번 나왔다. 재단 사업이 광범위한 공익에 부합하는지는 정관과 이사 구성, 의사결정 구조, 사업 현황 등을 오래 지켜본 뒤에나 판단할 수 있다.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의 사업 내용엔 공예문화 진흥 이외에 문화상품 개발 및 판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예관련기관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등이 포함됐다. 수익 사업과 위탁 사업의 가능성도 열어 놓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 의원이 문화 업무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활동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손 의원은 목포 땅 매입이 도시 재생과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선의에서 시작했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의심하는 기자들을 놓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그는 17일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기본적으로 그 사람(기자)들 논술고사를 보고 국어시험 본 사람들인데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데 (내 설명을) 믿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고위공직자의 선의만 믿기보다 시스템으로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해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미리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손 의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판단은 잠시 유보하더라도 이번 사건으로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과 비영리법인의 직무 연관성 문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등 공직자는 주식 보유가 제한된다. 직무 관련성을 따진다. IT보안업체 안랩의 대주주인 안철수 전 의원이 관련 상임위로 가지 못하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만일 보유 주식이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은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공직자윤리법에는 이해 충돌 방지에 대한 선언적 규정과 비영리법인 출연 현황을 재산등록에 포함하는 것 정도가 있다. 국회법으론 겸직을 제한하고 소관 상임위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수준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와 정당이 개선 방안을 내야 한다. 설립자로서 재단의 운영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직계 가족이 주도하는 비영리법인이 있는 경우 해당 국회의원은 관련 상임위에 배정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특수관계가 있는 비영리법인에 영향을 미친 것이 있는지 보고하고 감시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김원배 사회팀장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