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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카운터어택] 스포츠도 ‘이해 충돌’은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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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한국과 일본이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를 한다. 한국 또는 일본 심판이 이 경기 주심을 맡을 수 있을까. 혹시 당신은 ‘안된다’라고 대답하려 했는가. 된다. 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주심은 36명이었다. 이들 중에는 개막전 주심을 본 아르헨티나 출신 네스터 피타나 등 참가국 출신 심판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자국 경기 주심을 맡지는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심판을 자국 경기에 배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해 충돌(상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는 것처럼, 축구에는 국경이 없지만, 주심에게는 조국이 있다. FIFA 덕분에 주심은 공정한 경기라는 ‘공익’과 조국의 승리라는 ‘사익’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축구, 아니 대부분의 스포츠가 오래전부터 이런 식으로 이해 충돌을 관리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을)이 전남 목포에서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인(국회의원)인 그가 직무를 수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공익과 그의 사익이 충돌한 것이다. 전형적인 이해 충돌에 해당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인의 이해 충돌 방지를 강제하는 규정이 있을까.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주식 백지 신탁’ 등이 있긴 하다. 하지만 포괄적인 법 조항은 없다. 아니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이 공인의 사익 추구를 막을 제도적 장치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인가.

기회가 있었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입법을 추진했다. 그런데 지난 19대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삭제했다. 당시 “이해 충돌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삭제에 앞장섰던 이가 이 법의 소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 당시 야당 간사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했다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에 다녀온 의혹을 받고 2주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다행이랄까. 어쩌면 우리나라는 이번에 손혜원 의원 덕분에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기회를 갖게 됐는지 모른다. ‘이해 충돌 관리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첫째가 ‘피할 수 있는 이해 충돌은 피하라’다. 둘째는 ‘피할 수 없는 이해 충돌은 공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라’다. FIFA는 제3국 주심 배정으로 이해 충돌을 피했다. 설마 스포츠도 하는 걸 대한민국 국회가 못할까.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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