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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靑 따라 지자체도 앞다퉈 ‘주민청원제’… 부작용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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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여곳 코너 개설·계획/경기·인천부터 성남·화성시까지/홈피에 ‘00명 동의 땐 답변’ 코너/신도시 개발 관련 각축장 변질/

단체장 비난글 임의삭제 논란도/여주 등 참여 저조… 행정력 낭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청와대의 ‘국민청원’제도를 본떠 앞다투어 ‘주민청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주민들 간 갈등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20일 경기도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각종 제안과 민원 접수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경기도의 소리(http://vog.gg.go.kr)’ 홈페이지에 ‘도민청원’ 코너를 개설해 지난 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30일간 한 청원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이로부터 30일 이내에 도지사 또는 실·국장이 답글이나 동영상, 현장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답변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3일 온라인 청원 제도인 ‘인천은 소통e가득’을 도입했다. 등록된 청원이 30일간 3000명 이상의 시민 동의를 받은 경우에 시장 등이 영상을 통해 직접 답하고, 시정에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1만명 이상의 시민 지지를 받은 청원에 대해서는 공론화위원회 안건으로 상정 가능케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기 화성시는 3000명 이상 시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시장 등이 직접 답하는 ‘시민소통광장’을, 성남시는 30일간 5000명 이상이 청원하면 시장 등이 답변하는 ‘행복소통청원’ 사이트를 각각 개설하는 등 전국에서 10여개 지자체가 앞다투어 ‘주민청원’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세계일보

각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청원 사이트가 존폐 논란으로 뜨겁다. 사진은 인천시가 지난달 개설한 시민청원 사이트 ‘소통e가득’ 게시판.


지방정부의 ‘주민청원’제 확산은 정치·행정에 능동적 참여를 원하는 국민들이 늘면서 2017년 개설한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점이 주 요인이 됐다. 개설 후 약속에 따라 시장이 처음 답변에 나선 곳은 성남시다. 지난해 11월4일 행복소통코너에 ‘판교 8호선 연장(은수미 시장의 약속),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라는 시민청원이 한 달 뒤인 12월3일 5196명의 동의로 마감되자 은 시장은 같은 달 8일 “대규모 비용이 필요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있습니다”라는 동영상을 게재하면서 ‘시민이 직접 민주주의 참여와 지자체장의 약속 이행’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 ‘소통e가득’ 코너에 올라온 ‘국제도시의 발전을 저해하고 청라주민을 우롱하는 김진용 경자청장의 사퇴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7일 현재 3179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박남춘 인천시장은 ‘사퇴불가’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청장과 청라신도시와 관련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해당 코너가 싸움판처럼 변해 ‘담합된 지역이기주의 장’이라는 비난을 샀다. 또 전체 게시글의 80% 이상이 신도시 관련 민원으로 이어지면서 ‘여론왜곡’과 ‘특정 이익집단의 세력화’란 비난이 공공연하게 일었다.

경기도는 지난 8일 이재명 지사의 탈당에 대해 올라온 글을 관리자가 임의 삭제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여주시 등 상당수 지자체의 ‘주민청원’ 게시판은 청원자가 많지 않아 ‘선심행정’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최순종 경기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사이트를 활성화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과 관련한 제안에 공감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는 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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