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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세수 부족 때 국회 승인 없이 ‘적자국채’ 발행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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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복잡한 세입추경 회피 꼼수…기재부, 내부 논의 단계 추진 중단

“세수 결손 때 대처 수단 연구 차원”

전문가 “과도한 재량권 경계를”

정부가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걷히는 경우에 대비해 국회 승인 없이 적자국채를 탄력적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적자국채 발행은 반드시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방안은 결국 내부 논의 단계에서 추진이 중단됐다. 하지만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서 보듯 적자국채 발행을 임의로 늘리려는 정부의 ‘꼼수’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기재부는 2017년 자본시장연구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채발행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은 주로 경기 하강 국면에 발생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 하강속도를 둔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세수가 부족하면 계획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강제불용’을 하거나 부족한 세수 보전용 적자국채 발행 승인을 국회에 요청하는 ‘세입추경’을 했다. 그러나 강제불용은 경기 후퇴기에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을 주고, 세입추경도 요건이 엄격해 경기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대안으로 공공자금관리금 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상환용’ 국채를 ‘순증용’ 국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만기가 도래한 기존 국채를 상환하는 데 쓰는 국채(상환용) 발행을 줄이는 대신,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신규 발행하는 적자국채(순증용)를 늘리자는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이 청와대로부터 발행 압력을 받았다는 적자국채가 순증용에 해당된다.

헌법과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는 국회로부터 승인받은 한도 내에서만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현행법에서는 일정 한도 이내에서는 순증용 국채를 상환용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상환용을 순증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된다. 순증용 물량이 늘어나면 국가채무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면 상환용 국채 발행은 초과 세수 등을 재원으로 하면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든다. 신규 국채를 발행해 만기가 된 국채를 상환하는 경우에는 국가채무 비율에 변화가 없다.

정부가 임의대로 상환용 국채 발행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전환하는 것은 세입추경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는 “국채 발행을 탄력적으로 해 경기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취지는 공감이 간다”면서도 “세입추경과 같은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나 행정부에 과도한 재량권을 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내부 논의 단계에서 중단했다”며 “초과 세수 발생 시에는 적자국채를 상환하도록 돼 있지만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이를 연구한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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