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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발 빼는 제3 인터넷은행 유력 후보들... 흥행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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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ㆍNHN엔터 불참키로… ‘최대어’ 네이버는 미적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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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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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유력 사업자로 꼽혀온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 참여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의 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제3 인터넷은행 선정 절차의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를 개최한다. 금융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인가 심사를 위한 평가항목과 배점을 공개한다. 지난 11일부터 참가신청을 받아 50여 개 업체가 참가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새로운 인터넷은행 사업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업체들은 속속 설명회에 불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 2015년 인터넷은행 인가 경쟁에서 고배를 마셔 올해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던 인터파크는 최근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온라인쇼핑 업체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사업 다각화보다는 본업인 전자상거래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며 내실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불참 사유를 설명했다.

4년 전 인터파크와 컨소시엄을 꾸렸던 NHN엔터도 더 이상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NHN엔터 관계자는 “처음부터 제3 인터넷은행 사업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정보 공유차 23일 설명회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사업 참여로 추측하는 보도가 나와서 설명회도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체들도 소극적이다. 중국 게임의 국내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며 실적도 악화하는 상황이라 은행업 진출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차기 인터넷은행 인가 경쟁의 ‘최대어’로 꼽히는 네이버는 사업 참여는 물론이고 설명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침묵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인터넷은행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자금력이나 브랜드 파워를 고려할 때 네이버의 참여 여부가 인터넷은행 시장 활성화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경쟁업계 모두 네이버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요 _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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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후보군 중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힌 곳은 키움증권이 거의 유일하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참여를 준비하고 있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번 설명회에는 인터넷은행 지분 참여를 검토 중인 신한ㆍ하나ㆍ농협은행 등이 참석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는 정보 수집과 시장 분위기 파악 성격이 짙다.

이렇다 보니 최대 2곳의 새 인터넷은행 인가를 준비 중인 정부의 바람과 달리 한 곳도 출범하기 어렵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ICT 기업이 대주주로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가 강조해온 인터넷은행의 메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장에선 유력 IC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로 당국의 규제를 먼저 꼽는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1, 2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지 햇수로 3년이 됐지만 두 은행의 주도적 ICT 회사인 KT와 카카오는 여전히 대주주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ICT 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최대 34% 소유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이달 발효됐음에도 두 기업이 ‘보이지 않는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이 시장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핀테크(ICT 기술이 접목된 금융서비스)가 크게 발전하면서 ICT 기업들이 굳이 인터넷은행만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점도 인터넷은행 인가 경쟁이 미지근한 이유로 꼽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도 각종 간섭 속에 은행업을 하는 것보다 간편결제 등 핀테크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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