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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남미·아프리카 국가들은 왜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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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플레이션에 경제 붕괴…금융 서비스 낙후

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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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암호화폐가 제3세계 국가인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는 경제 위기와 부패한 정부를 불신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최근 국내외 암호화폐 시장의 큰 이슈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나 실물인수도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 같은 투자상품이다. 주요 선진국이 암호화폐를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는 반면 제3세계 국가들은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의 역할을 대신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암호화폐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국가는 베네수엘라이다. 베네수엘라는 6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극심한 식량난으로 국민들의 평균 몸무게가 약 11㎏ 줄어들 정도로 경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월 최저임금은 1만8000 볼리바르인데, 미화로는 6.7달러(7000원) 수준이다. 이 돈으로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달걀 1판을 겨우 살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수도 카라카스의 한 주유소 쓰레기통에 버려진 볼리바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법정화폐가 기능을 상실하다 보니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으로 떠올랐다.

암호화폐 '대시'(Dash)는 볼리바르를 대신해 베네수엘라 국민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시는 비트코인보다 익명 보장이 높고 처리 속도가 빠르다. 전 세계 수천명의 사용자가 호스팅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온·오프라인 결제를 즉시 할 수 있다.

대시를 결제수단으로 허용하는 베네수엘라 상점은 1000여곳에 이른다. 버스 이용료도 대시로 결제한다.

나이지리아와 니제르 등 사하라 사막 남쪽에 위치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은행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서다. 낙후된 금융 서비스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는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은행거래 시 보편적으로 '미국 달러'를 사용한다. 한화 22만원의 상당의 미국 달러를 송금할 때 평균 2주일이 걸리고 수수료도 2만원이 든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몇 시간 내로 송금을 끝내고 수수료도 3%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암호화폐가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만한 이점이 클 수밖에 없다.

질 칼슨 오픈머니이니셔티브 연구원은 "암호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 대 개인(P2P)으로 거래된다"며 "제3세계 국가에서는 법정화폐보다 믿을 수 있는 금융수단"이라고 설명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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