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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카이캐슬’ 본 고3 “실제 학교 선생님이 코디하는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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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스카이캐슬 ①]

드라마 인기 치솟으며 각종 담론 ‘와글와글’

사교육 의존, 부모들의 욕망 현실과 흡사

교사 “교육 드라마 아닌 부모 욕망 이야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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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사람마다 드라마 <스카이(SKY) 캐슬> 이야기다. 대한민국 상류층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 교육에 목숨을 거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상류층에 대한 풍자와 함께 치열한 입시 경쟁 현실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 많은 이의 공감을 사고 있다. 최근 이 드라마는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깼고, 19일엔 전국 시청률 22.3%(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비지상파 채널 최고의 시청률을 세웠다. 회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치솟는 이 드라마 내용을 둘러싸고 각종 교육 담론도 쏟아지고 있다. <한겨레>는 교육 담론의 당사자인 학생, 교사, 부모, 교육 전문가들에게 ‘내가 본 스카이 캐슬’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두 회로 나눠 연재한다. 먼저 학생과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 학생들이 말하는 ‘내가 본 스카이 캐슬’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아니꼬워요.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라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전교 1등 예서 이야기를 친구들과 많이 해요.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인성이 저러면 인기가 없다고요. 그런 친구들이 좋은 대학은 갈지 몰라도 사회에 나가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이기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없는 ‘금수저’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드라마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대구 대진고등학교 3학년 김단경(19) 학생은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지방에 사는 김 학생은 특히 이 드라마에서 부모들이 입시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보며 불편함과 함께 분노를 많이 느꼈다.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입학시키는 대가로 수십억원을 받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배우 김서형)은 드라마에서 자신이 맡은 학생 예서의 내신성적은 물론 봉사활동, 학생회장 선거 등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한다. 쌍둥이 아들의 아버지로 나오는 로스쿨 교수 차민혁(배우 김병철)도 이웃에 사는 서울대 의대 지망생이었던 영재의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주면서 어떻게든 영재의 포트폴리오를 얻으려고 한다. 김 학생은 드라마 같은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주변에서 부모 및 사교육 관계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입시에 개입하는 사례를 목격하거나 소문을 통해 들었다고 전한다.

“자기소개서 대회나 백일장 대회가 있는데 학원에서 예상 문제를 뽑고 미리 써온 경우를 봤어요. 미술 같은 경우도 미술 학원에서 그림을 대신 그려준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저는 그런 일들이 공정한 경쟁이 아닐뿐더러, 경쟁하는 친구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봐요. 정부가 그런 행위를 제재하는 법을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사교육만 그런 것도 아니죠. 학교 선생님도 자신이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지도를 해준다거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특별반을 모아서 관리해주는 경우도 있거든요. 학교 선생님에 의한 코디네이트인 거죠.”

숨 막히는 입시 경쟁을 목전에 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사회, 12년간의 학창 시절을 단 한번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내신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 모든 것을 잘해야만 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등 현 입시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드라마 내용은 약간 과장이 있지만, 상위 1% 학생과 99% 학생들이 국가가 만든 제도 안에서 싸운다는 설정이 사실에 기반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 현실은 상위 1%가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하잖아요. 게임으로 치면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거죠. 과연 저들과 붙어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아이들이 사교육에 의지합니다. 학교 선생님들 중 일부는 학원에서 공부하라는 식이어서 실망스럽기도 하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는 사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잖아요. 이런 체제가 지속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교육 의존율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느끼는 현실 인식은 정확하다. 실제로 2017년 기준, 사교육을 받는 초·중·고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8만4천원이었다. 이는 2007년(28만4천원)보다 33% 늘어난 수치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5000원인데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 사교육비 9만3000원의 4.57배로 그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 교사들이 말하는 ‘내가 본 스카이 캐슬’

그렇다면, 공교육 시스템에서 암흑 같은 입시 지옥을 학생들과 함께 통과하는 교사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스카이 캐슬’에는 교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교사가 나오더라도 아주 한심한 존재로 나온다. 예서가 다니는 신아고등학교의 한 교실. “한국사야… 니들에게 힐링 주는 과목이지 뭐. 모평(모의평가)이든, 수능이든 한국인이라면 가져야 될 기본 소양을 평이하게 출제하는 게 한국사의 기본 원칙인 거 알지?” 이렇게 말한 교사는 수업 시간을 대충 때우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틀려고 한다. 이때 예서의 강력한 라이벌인 혜나가 가만있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대든다.

“또 인강이에요? 3월부터 현재까지 주 3회 총 31회 수업 중에 17회를 인강으로 때우셨거든요? 질문도 안 받으시고, 수업하기 힘드시죠? 그래서 인강으로 때우는 거 아니에요? (중략) 학비가 얼만데, 수업 시간에 인강을 들어?”

이 드라마에서 교사는 주요 인물이 아니다. 그에 반해 예서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은 극 전반에서 주요 인물이다. 예서는 엄마보다 입시 코디네이터를 더 믿고 따른다. 예서에게 학교 선생님은 그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일 뿐이다.

“스카이 캐슬은 교육 드라마가 아니에요. 학교는 하나도 안 나옵니다. 많은 사람이 ‘공교육 대 사교육’이라는 드라마에 존재하지 않는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있지만, 드라마는 단지 그것을 양념으로만 사용하고 있을 뿐 서사 구조의 중요한 축을 전혀 형성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언론과 사교육 관계자들은 학교와 교육 정책을 비난하는 용도로 이 드라마를 활용하는지 모르겠어요.”

17년 차 공립고등학교 ㄱ교사는 ‘스카이 캐슬’의 열풍과 함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비판과 ‘정시 확대론’이 언론 등을 통해 증폭되는 것이 당황스럽다. 학종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마치 정시를 확대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어폐가 있기 때문이다.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 업체들과 사교육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계층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ㄱ교사의 판단이다. 지방의 한 공립고등학교 ㄴ교사는 “정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시가 도입됐는데, 우리 문화 안에서 수시 제도가 변질됐다”며 “불법행위를 찾아내 끊어내고 수시 제도를 보완해야지, 점수로 아이들을 일렬로 줄을 세워 평가하는 정시 확대가 과연 맞는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ㄴ교사는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학종을 통해 어떻게든 꿈을 찾는 시도를 하는 것을 본다”며 “학종의 문제점을 더 드러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교육 경력 10년, 공교육 교사 경력 10년 차인 ㄷ교사도 “스카이 캐슬의 외피는 교육 드라마이지만, 정확히 대한민국 상류층과 중산층의 욕망을 얘기하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또 ㄷ교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입시 코디네이터의 존재가 마치 새로운 듯 얘기되지만 과거부터 쭉 있었던 현상이라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사교육 업계에서는 입시 컨설턴트가 존재했고, 각 교육청 내에서도 현재 진학 지도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입시 컨설팅을 해준다. ㄷ교사는 오히려 극히 일부층의 과도하고 불법적인 사교육 실태가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런 식으로 부모들의 공포와 불안이 커지면 사교육 의존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라마 열풍으로 서울 강남 학원가에 입시 컨설팅 문의가 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ㄷ교사는 “예서처럼 24시간 관리한다고 해서 성과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ㄷ교사에 따르면, 법적으로 정해진 입시 컨설팅 비용은 1분당 5000원이며 1시간을 기준으로 3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많은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면서 내신 관련 안내를 받기 위해 컨설팅을 한번 받는다. 다음으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부 기록을 바탕으로 내신과의 관계를 따져 한번 더 받고, 2학년 때 한번 더 받는다. ㄷ교사는 “학생부에 기록하는 모든 내용이 정성 평가로 이뤄지고, 학교 밖이 아닌 학교 내 활동들을 기반으로 기록한다”며 “제도가 보완되면서 과거보다 사교육 관계자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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