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지금은 황교안 우세, 2월 전대는 몰라요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비박(非朴)의 대표주자로 일찌감치 부각되는 상황에서 ‘친박(親朴)’이 황 전 총리 쪽으로 결집하는 분위기가 하나둘 감지됐다. 추경호·민경욱 의원 등 초선 친박의원 5∼6명이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모인 것으로 알려지자, 황 전 총리와 가깝다는 ‘친황(親黃)계’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친황계’ 용어 등장하며 유리한 국면

친박 초선의원들과 달리 친박 중진의 움직임은 예상외로 조용하다. 이들 의원 대부분은 내상을 입은 상태다. 당 밖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 중이며, 당 내부에서는 비대위가 자신들의 지역구에 새로운 당협위원장을 임명해 놓았다. 손과 발이 다 잘려 나간 셈이다. 일부 친박 중진은 당의 조치에 반발해 지역구 당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전당대회보다 더 급한 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황 전 총리의 입당을 앞두고 모종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초선들의 지원 정도로 황 전 총리가 움직였겠느냐”고 말했다. 황 전 총리의 입당과 전당대회 출마에는 친박의 든든한 배경이 있고, 누군가의 면밀한 기획이 있다는 것이다.

친박 측 한 관계자는 “한 친박 중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워낙 조심스러워 모든 일이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친박 중진과 친박 중진급 의원들이 만나거나 연락을 하고, 이 가운데 연락을 담당하는 의원들이 있어 입당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황 전 총리 측 사이에 모종의 연결이 오갔다는 것이다.

혈혈단신으로 입당하는 황 전 총리에게는 전당대회에서 친박 쪽의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 친박세력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친박에 대한 지지여론이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최근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서 전·현직 대통령 공감도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30%로, 문재인 대통령 26%, 노무현 전 대통령 20%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면서 “이 사실을 볼 때 최근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나 동정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해 12월 말 U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했다.



경향신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입당식을 위해 15일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계파를 넘어선 ‘제3의 선택’ 기대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황 전 총리의 뚜렷한 지지기반은 ‘60대 이상’과 ‘영남’이다. 친박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때문에 황 전 총리는 영남 중에서도 TK(대구·경북)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달 전대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로 대표를 선출한다. 책임당원은 33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대구·경북은 4분의 1이 넘는 9만3000여명이다. 부산·경남까지 합하면 영남 당원은 전체 당원의 50%가 된다. 친박의 근거지였던 영남의 민심이 대표 선거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나머지 50%의 지역 투표율보다 TK를 비롯한 영남지역의 투표율이 더 높기 때문에 후보들로서는 영남에 공을 들여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전대에서 가장 큰 변수는 초·재선의원들이다. 지난해 12월 초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의원을 선택한 것도 계파에 비교적 중립적인 초·재선의원들의 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한 의원 측은 “초·재선의원들이 무려 74명”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체 의원 112명 중 초선의원이 42명이고 재선의원이 32명이다. 이 의원 측은 “이들은 계파에서 자유롭다. 그리고 이번에 뽑은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의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나 뽑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후보를 뽑는다는 것이다. 당원들이 참여하는 투표에서는 현역의원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계파에서 자유로운 이들 초·재선의원이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위해 ‘미래형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계파를 넘어선 ‘제3의 선택’에 기대를 거는 후보도 있다. 주호영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주 의원은 국회 인근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가 지역구이지만 친박과는 거리가 멀다. 주 의원 측은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계파를 뛰어넘는 관리형 대표를 뽑아야지, 특정 대선주자가 나서게 되면 계파 갈등이 더 불거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대 출마의사를 밝힌 조경태 의원 역시 제3의 움직임에 기대를 걸었다. 조 의원은 “물론 황 전 총리가 당에 입당한 것은 환영하지만 특정세력의 대표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국민이나 당원들은 ‘친박도 싫고 비박도 싫다’며 제3의 신선한 선택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당 안팎 인사들은 계파갈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대는 ‘친박 대 비박’의 대결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황 전 총리과 오 전 시장이 친박과 비박의 ‘대표선수’로 맞서는 구도다. 친박이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재결집해 예전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느냐, 아니면 오 전 시장이 시장 시절부터 갖고 있던 개인적 인기를 바탕으로 친박을 제외한 세력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다. 오 전 시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황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 나타난 대로 TK에서 인기를 잠시 유지하겠지만 TK 인사들이 현실정치의 벽을 내세워 이 대열에서 이탈한다면 오 전 시장이 유리한 국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인사나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으로는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당대회는 아직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남아있다. 게다가 설이 끼어 있다. 설 민심이 황 전 총리의 승부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오늘 투표하면 황 전 총리가 승리하지만 한 달 뒤는 아직 알 수 없다”며 “황 전 총리가 이번에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뎌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반대 쪽의 비판과 언론의 검증을 견뎌낼 만큼 맷집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물론 지금은 황 전 총리가 분명히 유리하다”면서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황 전 총리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