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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어떻게 법 통과시켰는데"…제3 인터넷은행 찻잔 속 태풍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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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 들여 규제받아가며 은행하기보다 핀테크 투자가 낫다"

KT·카카오 주주 적격성 우려에 기존 인터넷은행 증자 일정 못 잡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지난해 힘겹게 국회를 통과했지만 그 효과가 아직까진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법안 통과와 함께 제3, 제4 인터넷은행 출범을 추진하고 있지만 메기 역할을 수행해야 할 주요 ICT 기업들이 줄줄이 인터넷은행 참여 포기를 선언하고 있어서다.

법안 통과만을 기다리던 기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한도초과 보유주주 심사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증자 시기를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

◇ 인터파크·NHN엔터, 설명회 불참 선언…"은행업 시너지 의문"

20일 금융권과 ICT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3일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심사 설명회를 연다.

금융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인가심사를 위한 평가항목과 배점을 공개한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법도 통과된 만큼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최대 2개까지 출범하길 내심 원하고 있다.

상황은 금융위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핵심인 ICT 기업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

2015년 인터넷은행 진출을 노렸던 인터파크[108790]와 NHN엔터테인먼트[181710]가 이번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도 인터넷은행 참여에 부정적이다.

인터넷은행을 제대로 하려면 수천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ICT 기업은 이들을 제외하면 몇몇 게임업체들밖에 남지 않는다.

이들도 인터넷은행에 큰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IC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시큰둥한 이유로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꼽는다.

당장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햇수로 3년이 됐지만 두 은행을 이끄는 대표 ICT 회사인 KT[030200]와 카카오는 각종 규제로 여전히 대주주 자리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이 두 인터넷은행이 금융당국의 각종 보이지 않는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은행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몇 년 사이 핀테크가 크게 발전한 것도 IC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되면 핀테크 업체들이 할 수 있는 사업들도 지금보다 다양해질 전망이다.

굳이 은행이 아니어도 핀테크에 투자하면 ICT 기업들이 금융과 결합해 누릴 수 있는 각종 시너지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천억원을 투자해 각종 간섭 속에 은행업을 하는 것보다 간편결제 등 핀테크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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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른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 변화(CG)
[연합뉴스TV 제공]



◇ 인터넷은행법 통과됐지만…KT·카카오 최대주주 등극 가시밭길

이미 인터넷은행에 뛰어든 KT와 카카오도 인터넷은행법 통과 효과를 아직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인터넷은행법이 발효되면서 산업자본이라도 ICT 주력그룹은 예외적으로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KT와 카카오가 새 법에 따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게 됐지만 실제 그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금융당국의 한도초과 보유주주 심사라는 장벽을 넘어야 해서다.

한도초과 보유주주가 되려면 은행법 시행령을 준용해 최근 5년 이내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경가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KT는 공정거래법 위반(입찰 담합)으로 2016년 7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카카오도 흡수·합병한 자회사 카카오M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여기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 돼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금융위가 해당 법령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하면 한도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예외조항이 인터넷은행법에 있긴 하다.

하지만 여당에서 2015년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과정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예외가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 역시 금융위 입장에서 예외를 인정해 주기에 부담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단 두 회사가 한도초과 보유주주 승인 신청을 해오면 그때 가서 법령 위반의 경미성을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보다는 케이뱅크가 먼저 한도초과 보유주주 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자본금이 1조3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많아 여유가 있지만, 케이뱅크는 지난해 대출중단을 겪을 정도로 자본금 확충에 목이 마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일단 케이뱅크가 어떻게 되는지 보면서 움직일 것 같다"며 "케이뱅크도 금융위가 물밑에서 어느 정도 사인을 보내줘야 신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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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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