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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거실서 안보세요? 그럼 들고 다니는 TV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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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안 보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통신사들이 인터넷(IP)TV 강화에 나섰다. 이동형 IPTV와 가상현실(VR) 기기를 결합한 IPTV 서비스를 내놓는 식이다. 여러 기기를 통한 영상 시청을 유도해 IPTV 콘텐츠 판매·영향력을 늘리는 게 통신사 목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무선으로 IP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동형 IPTV U+프리를 내놨다. 와이파이만 연결돼 있으면 221개 실시간 방송과 18만편 주문형비디오(VOD) 감상이 가능하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담은 게 아닌 ‘이동형 TV’다. 별도 TV를 설치할 필요 없이 화장실이나 안방 어디서든 시청이 가능하다. 가격은 39만6000원이다. 요금제 등으로 할인받을 경우 단말기 가격을 최대 23만7000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인터넷 결합시 3년 약정 기준 일반형 월 1만890원에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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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체험한 포터블 IPTV ‘U+프리’. /안별 기자



17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을 방문해 써 본 U+프리는 장단점이 확실한 기기였다. 장점은 이동성이다. U+프리 기기인 레노버 ‘요가탭 3 플러스’는 하단 받침대가 장착돼 있다. 언제 어디서든 기기를 세워서 TV 시청이 가능하다. 전원을 켜면 바로 TV가 작동된다. TV를 설치할 때의 번거로움도 없다. 포터블 IPTV와 와이파이 공유기만 있으면 된다. 별도의 버튼을 활용해 일반 태블릿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배터리도 9300밀리암페어시(mAh) 용량이 장착돼 8시간 연속재생이 가능하다. U+프리에는 옥타코어 스냅드래곤 652 프로세서가 탑재됐으며 램은 3기가바이트(GB)다. 내장메모리는 32GB다.

단점은 타깃층의 모호함이다. 모바일 기기 대신 TV를 보는 이유는 화면이 커서다. 장시간의 콘텐츠를 소비하기에는 작은 화면이 불편할 수 있다. 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인층이 보기에는 애매한 크기다.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자녀층도 책상 위에 U+프리를 올려놓고 계속 시청할 확률이 낮다. 집안 인터넷과 U+프리 기기가 연동돼 다른 가정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현재 이동통신 사업이 고착화되면서 IPTV 사업이 통신사들의 주 수익원으로 떠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IPTV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이같은 IPTV용 기기가 나오는 셈이다. KT도 지난해 11월 IPTV용 콘텐츠 ‘기가라이브 TV’를 선보였다. IPTV 실시간 채널을 가상현실(VR) 기기로 360도 즐길 수 있다. 다른 VR 콘텐츠도 사용이 가능하다. VR 전용 기기 가격은 47만원이다. SK브로드밴드는 하드웨어 대신 콘텐츠로 승부를 내세웠다. Btv에서 ‘보이는 팟캐스트’를 10일부터 시작했다. 인기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유튜브보다 2주 빨리 시청할 수 있다. IPTV는 아니지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에는 VR 기기를 쓰고 채팅을 하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옥수수 소셜VR’을 지난해 11월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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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360도 IPTV 콘텐츠 감상이 가능한 ‘기가라이브 TV’. /KT 제공



통신업계는 이같은 도전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꾸준한 도전으로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플랫폼·콘텐츠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플랫폼 영향력이 확장되면 한 플랫폼에 찾아온 고객을 다른 콘텐츠로 연결시킬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IPTV 사업이 잘 나가면서 많은 사업 부서들이 IPTV 관련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요즘 아이디어 계획이 ‘기승전5세대(G) 통신’이나 ‘기승전IPTV’로 끝날 정도로 중요 사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숟가락 얹기’ 사업 아이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잘 나가는 IPTV 사업에 투자하는 건 좋지만, 모바일 기기를 주 영상 시청 기기로 사용하는 미래 고객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디지털 마케팅 업체 ‘메조미디어’의 ‘2018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를 보면 전국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평균 기기별 동영상 시청 비율 설문조사 중 유일하게 50대만이 TV(39.1%)를 모바일 기기(29.1%)보다 많이 사용했다. 연령대가 어릴수록 모바일 기기를 즐겨 사용했다. 10대의 경우 51.3%가 모바일 기기를 사용했다. 10대의 TV 사용률은 13%로 모바일 기기와 약 4배 가까이 차이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걸로 수익을 늘리기 보다는 플랫폼 사업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함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내부에서도 일정 이상 판매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고객들이 IPTV와 포터블 IPTV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영상을 보게 되면 콘텐츠 영향력이 증대되는 것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별 기자(ahnby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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