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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쉽고 통쾌했던 '조들호'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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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복잡하고 음울한 전개에 코미디는 겉돌아

"흥행 따른 임기응변식 시즌제는 한계 명확"

연합뉴스

'동네변호사 조들호2'
[KBS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유쾌·상쾌·통쾌하게 사건을 해결해내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시청자는 대리만족했다.

그러나 3년 만에 돌아온 조들호는 쉽지도 통쾌하지도 못하다. 조들호의 트라우마와 얽힌 스토리는 복잡하고 무겁다. 연출도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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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2'
[KBS 제공]



◇ 시즌1과 달라도 너무 다른 화법과 작법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즌1은 법정극을 표방한 것 치고는 상당히 가볍고 유치했다.

그러나 변호사 2만명 시대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변호인은 없는 현실을 배경으로 의뢰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 몸 다 바치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시청자 마음을 훔쳤다.

재개발 명도 소송부터 아동학대, 하도급 비리, 밀실 살인, 재벌가 비리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경쾌한 톤을 잃지 않은 덕분에 시청률이 방영 내내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마지막에는 17%대(닐슨코리아)를 찍었다.

물론 조들호 역 박신양이 극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끌어나간 덕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박신양에 더해 고현정까지 합류한 시즌2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 작품 화법과 작법도 시즌1의 흥행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음을 깨닫게 된다.

시즌2 속 조들호는 초반 시청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초반 10회(프리미엄CM 구분 제외 5회)에 이르기까지 조들호의 과거 트라우마를 고리로 이자경(고현정 분)과 대립하게 되는 과정을 풀어내는 데 집중하느라 드라마 특유의 톤을 잃어버렸다.

동네변호사의 친근하고도 분명했던 메시지가 흐려지면서 통쾌함을 기대한 시청자는 지루하고 주제 의식을 찾기조차 버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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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2'
[KBS 제공]



연출 역시 혼란스럽다. 조들호와 강만수(최승경) 콤비의 코미디는 조들호의 무거운 개인사와 어울리지 못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지고, 정작 무게감 있어야 할 조들호와 이자경 투샷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박신양의 고군분투는 여전히 이목을 끌지만 오락가락하는 극 분위기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재판에서 백승훈(홍경)을 보고 충격에 쓰러지는 중요한 장면조차도 옛 시대 공포영화처럼 연출되면서 힘을 잃었으니 말이다.

고현정 역시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만나 좀처럼 공감받지 못한다. 시청률은 5~6%대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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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1'
[KBS 제공]



◇ 시즌제 드라마 안착, 아직 먼 길인가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은 비록 속편 방영에 3년이나 걸리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시즌제 드라마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최근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증한 상황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는 찾기 어렵다. 너도나도 스타 캐스팅과 막대한 자본력에 기댄 대작 한 방으로 경쟁하려는 탓이다.

시즌제 드라마는 외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획에 기반을 둔다. 메시지가 분명하고 캐릭터가 살아있다면 제작진에 일부 변동이 있더라도 초심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서민 변호사의 속 시원한 정의구현이라는 분명한 메시지와 캐릭터를 지닌 좋은 기획이다. 덕분에 속편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즌마다 결이 이렇게 달라서는 또 다른 시즌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스토리와 전개 방식의 변주도 어디까지나 첫 시즌에 시청자가 호응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도 가성비 좋은 시즌제 방식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비롯해 첫발을 뗀 작품들이 입지를 잘 다져야 한다. 초반 전개가 아쉬웠던 '동네변호사 조들호2'가 본래 매력을 되찾아 순항하기를 손꼽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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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2'
[KBS 제공]



콘텐츠 제작사 한 관계자는 20일 "안정적인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기획개발 단계부터 시즌제를 고려한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며 "다음 시즌을 위한 주요 제작진과의 사전 조율, 스토리의 확장 가능성과 복선 등 시청자를 묶어둘 치밀한 계산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시즌제 드라마가 활성화하는 단계지만 흥행에 따른 임기응변식 시즌제 도입은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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