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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구 줄었는데도 실업률 치솟는 까닭은?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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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업자 가운데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3만명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해당 연령 인구가 24만명 이상 급감해 고령 취업자 증가 현상이 심화될 거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세계일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제조·건설업 구조조정과 도소매·숙박음식업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를 고용 부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요.

고용노동부는 14일 지난해 고용동향 분석 내용을 발표하면서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15세 인구는 지속 감소하고, 노동시장에서 유출되는 65세 인구는 증가하면서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계청은 전년도와 고용률이 같다고 가정해 인구효과만으로 따졌을 때 지난해 15세 이상 취업자 증가 규모를 15만8000명으로 추산한 바 있는데요. 15~64세가 3만명 감소했는데 65세 이상 취업자가 18만8000명 늘어난 결과입니다.

이런 취업자 증가규모 위축과 고령 취업자 증가 편중 현상은 내년부터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5만2000명 감소했던 15~64세 생산가능인구 자체 감소폭이 24만3000명으로 4.7배 커지기 때문인데요. 생산가능인구로 유입되는 15세 인구는 61만6000명에서 지난해 47만4000명에 이어 2020년 43만8000명으로 줄지만, 유출되는 65세 인구는 같은 기간 47만3000명, 52만6000명, 68만2000명으로 증가합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은 2025년 42만5000명에 달할 거란 예측도 나왔습니다. 노동부는 "2017년부터 감소한 15~64세 생산인구는 내년 이후 급감하면서 취업자 증가 규모 위축뿐 아니라 고령 취업자 증가 편중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고령 취업자 증가현상 뚜렷…내년엔 더 심화할 듯

핵심 취업계층인 20~59세를 보면 생산가능인구 변동과 취업자 규모 변동이 유사한 추세를 보였습니다. 20대 후반과 30대에선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고용률을 보였으나, 20대 초반은 인구 증가폭보다 취업자 감소가 더 컸습니다. 4050대에선 취업자가 감소해 고용률이 각각 하락했는데요.

인구요인 외에 고용부진 원인으로 고용당국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과 과당경쟁·내수부진·관광객 둔화에 따른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감소를 꼽았습니다.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제조업 취업자는 2017년 1만8000명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5만6000명 줄었는데요. 건설투자 부진 등으로 건설업 취업자 증가폭은 같은 기간 11만9000명에서 4만7000명으로 6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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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증가를 지속하던 도·소매업 취업자수는 지난해 들어 7만2000명 감소로 돌아섰는데요. 시장포화, 통신판매 확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란 게 당국의 분석입니다. 2016년부터 이어진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중간재를 공급하는 산업에 고용위축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숙박·음식점업도 지난해 4만5000명 감소했는데요. 2016년 이후 시장 포화로 인한 구조조정이 진행된 데다, 중국관광객이 지난해 사드 배치로 급감해 2016년 월평균 57만9000명에서 올 1월 30만5000명까지 줄었습니다.

다만 지난해 고용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간 영향에 대해 당국은 "사회서비스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일어나고, 도·소매나 음식·숙박업은 여러 가지 구조·경기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그러면서 "물론 최저임금 영향이 일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비중이냐는 학자 간 논란이 있고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고용부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 팽팽

작년 한 해 신규취업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이후 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발표돼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통계에 대해 "인구 구조 원인이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이 이같은 고용참사를 일으킨 주범 중 하나란 것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9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규모는 9만7000명입니다. 그 전년도인 2017년에는 31만6000명이 증가해 1년새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인데요.

정부는 인구 요인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기부진과 합쳐져 이런 고용상황을 낳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구증가 둔화 △자동화와 구조조정 등 산업구조의 변화 △온라인 쇼핑 등 소비문화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인데요.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경우 그만큼 신규취업자 수도 덜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난해 15세 이상 인구는 전년 대비 25만2000명(0.6%) 늘었습니다. 그보다 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17년에는 33만5000명(0.8%)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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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인구 증가폭이 8만3000명 가량 축소된 것입니다. 15~64세를 지칭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전년대비 6만3000명이 줄었는데요.

연령별로 쪼개 보면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와 고용상황간 연결고리가 더욱 뚜렷해집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핵심노동연령 3040대에서 취업자 수 감소폭이 컸는데, 이 역시 인구감소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입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신규취업자 덜 늘어나…고용률 자체가 악화한 건 어떻게 설명?

30대는 2005년부터, 40대는 2015년부터 이미 인구 감소세에 들어섰습니다. 실제 지난해 30대 인구는 1년 전보다 11만7000명이 줄었고, 40대는 10만4000명 감소했습니다.

반면 60세 이상 연령대에선 인구가 53만2000명 늘었고 취업자가 23만4000명 늘었으니 인구 증가폭도 커지고 취업자 수도 늘어난 셈입니다.

다만 인구 요인만 가지고 '고용참사'를 제대로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차후로 해도 우선 고용률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작년도 고용률은 60.7%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는데 고용률 하락은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매년 고용률은 그해 취업자 수를 15세 이상 인구 수로 나눠 구하는 값으로, 전년 대비 인구가 얼마가 늘고 줄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정부는 고용의 양적 규모는 많이 축소됐지만, 질적으론 긍정적인 모습이 혼재돼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고용이 안정적인 상용직 일자리 증가세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요.

상용직 규모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작년의 경우 임금근로자 대비 상용직 비중은 68.6%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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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실업률을 비롯한 전반적인 지표가 악화했습니다. 지난해 실업률은 3.8%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실업자는 107만3000명으로 관련 비교가능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로는 가장 많았습니다.

◆韓 '고용한파' vs 美 '고용훈풍'…한미 실업률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전

한국에는 '고용 한파'가, 미국에는 '고용 훈풍'이 계속되면서 한미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진국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 실업률 역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실업률(계절조정)은 4.0%로, 전분기(3.8%)보다 0.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면 미국 실업률은 전분기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8%를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한국의 실업률을 밑돌았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실업률이 미국을 웃돈 것은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1분기 이후 17년여 만에 처음인데요. 당시 한국의 실업률은 4.6%, 미국은 4.2%였습니다.

한미 실업률 역전은 최근 뚜렷한 미국의 고용 상황 개선세와 우리나라 고용 부진의 결과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실업률이 미국을 넘어섰다는 점은 흔치 않은 사례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경제활동 참가가 활발하고 노동시장 규모가 큰 선진국일수록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은 구직자가 찾는 일자리 숫자 자체가 줄면 상승하지만, 일을 찾으려고 하는 경제활동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면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고용 상황을 분석할 때 실업률과 함께 생산가능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 등 다른 지표도 균형 있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요?

◆국민 절반이상 "최저임금 인상 경제에 부정적 영향"

한편 국민의 절반 이상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시간당 8350원)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52%로 집계됐는데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24%로, 부정적 견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수준의 적정성과 관련한 조사에서는 '적정하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는데요. '높다'는 응답은 36%, '낮다'는 견해는 13%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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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하다'는 의견은 20대(57%)와 진보층(52%)에서, '높다'는 의견은 자영업 직군(50%)과 보수층(50%)에서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본인 유불리를 묻는 조사에서는 '유리하다'(27%)와 '불리하다'(31%)가 팽팽하게 맞섰는데요. '유리하다'는 응답은 20대(52%)와 학생(57%) 직군에서, '불리하다'는 자영업자(58%)에서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여론은 최저임금 인상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그 속도와 방법에 우려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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